일본 아베 총리가 이달 초 임명한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내각 법제국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정당방위 행위와 같다"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느냐 하는) 헌법 해석의 변경 여부는 내각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없이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해온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유엔 헌장에 보장된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이것을 자국(自國)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안보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일본은 즉각 도발 국가에 군사적 반격을 가할 수 있다. 일본은 유엔 회원국이라 이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 헌법은 '일본은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의 행사를 포기하고, 교전권(交戰權) 역시 갖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유엔 헌장과 일본 헌법이 집단적 자위권을 두고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 내각에서 헌법 해석 업무를 맡아온 법제국도 반세기 넘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왔다. 그러자 아베는 이달 초 '개헌 없이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혀온 고마쓰를 법제국 장관에 새로 임명했다.

아베와 일본 우파는 개헌을 통해 재무장으로 가려는 시도를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헌에 걸리는 긴 시간과 노력 때문에 아베 측은 당장은 헌법 해석을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지난달 언급했던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바꿔 버리는 '나치식 수법'"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최근 준(準)항공모함 진수에 이어 해병대 창설을 서두르며 연일 대규모 실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소는 27일 "미국이 여유가 없다면 일본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응분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의 움직임은 '군사대국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 우파가 집단적 자위권을 강조할 때마다 언급하는 게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 문제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반도에 개입할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 앞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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