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 한국방송 통신대 교수·무역학과

대학 등록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통신대의 일부 학생들이 제기한 기성회비 반납 소송에서 법원은 학생들이 납부한 회비를 되돌려주라는 일부 승소 취지의 판결을 했다. 학교는 징수 근거를, 학생은 납부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립대는 2000년대 초 기성회비 징수를 폐지했으나, 국·공립대는 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를 이전 문교부 훈령에 의거해 아직도 징수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동안 반값 등록금에 대한 정치·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었고 그 여파는 대단했다. 사실 높은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와 학생의 심적·물적 부담은 크나큰 고통이었다. 그 대안적 해결책으로 나온 반값 등록금 슬로건은 바람직한 접근이기는 하나, 대학이 감수해야 할 현실적 고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학 등록금의 구성은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대별된다. 기성회비는 주로 학교의 설비나 운영과 관련된, 즉 학교 발전을 위한 경비로 지출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학기당 수업료가 3만원, 기성회비가 32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기성회비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면 이제 학생들은 3만원의 수업료만 내고 원격 국립대학의 대학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성회비를 통한 대학 운영 비용은 이제부터는 국가 재정 지출에 의한, 즉 국민 세금으로 대체 충당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금번에 이슈가 된 해당 대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제도 안에서 그동안 20여년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정착된 전국 국공립대학들의 기성회비 징수 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교육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적 고찰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반적 대학 운영과 재정의 현주소에 대한 좀 더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한편으로 외국 대학들과 달리 자체 재원 조달 메커니즘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대학들로서는 결국 정부의 교육 관련 교부금 등의 '수혈' 형태로 대학 재정을 충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국공립대학의 재정 운영 실태에 대한 고려 없이 이번 판결이 최선으로 인식된다면, 후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서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국공립대학들은 그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