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로 10개, 20개나 되던 대입 전형 방식이 현재 고2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부터 대학당 6개 이하로 제한된다. 난이도에 따라 국어·수학·영어를 A·B 두 유형으로 나눠 치르는 수준별 수능은 도입 첫해인 올해만 예정대로 실시하고 2015학년도부터는 영어 과목이, 2017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까지 원래의 단일형으로 되돌아간다. 교육부가 어제 발표한 내용이다.

각 대학은 1997년 다양한 방식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는다며 수시모집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그 후 전국 200개 대학의 대입 전형 종류가 무려 3600개에 이를 정도로 입시가 복잡해졌다. 수준별 수능은 모든 수험생이 어려운 문제를 풀 필요 없이 과목별로 쉬운 문제(A형) 또는 어려운 문제(B형)를 선택해 그 점수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게 하자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막상 실시해보니 수험생들 사이에 극심한 눈치 전쟁이 벌어지고 입시의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번 대책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대학 입시의 부작용을 얼마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입 개혁안도 그동안 하도 자주 바뀌어 누더기가 돼버린 우리 대입 제도 변천사(變遷史)에 또 하나 칼자국을 보탠 것뿐이다. 광복 이후 68년간 우리 대입 제도는 굵직한 것은 18차례 바뀌었고, 수능 난이도 조정이나 전형 방식 변경 같은 자질구레한 변화는 연례행사처럼 있어 왔다. 그럴 때마다 겉으론 학생 부담 완화,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학생·학부모·학교는 바뀐 제도를 따라잡지 못해 혼란에 휩싸였다. 그 덕에 사교육, 입시 정보 업체들만 살판났다. 교육부는 이번에 A·B형 수능 폐지로 많은 수험생이 한숨 돌리게 됐다고 하겠지만 이미 이 제도에 맞춰 공부해온 학생들은 단일형 수능으로 되돌아가느라 고통을 겪어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수많은 수험생은 '실험용 쥐'가 되는 꼴이다.

대학 입시에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그나마 최선은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소 흠이 있는 제도라도 오래간다는 확신만 있으면 각자가 처지에 맞춰 고등교육의 기회를 잡게 된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뜸 '대입 개혁' 깃발부터 들고나오는 것이 국민을 얼마나 괴롭히는 일인지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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