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에 대해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민생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있다"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야당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을 놓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작심한 듯 반박했다. 대통령은 "(야당이)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면서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민생을 의제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한 달 가까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대통령과 김한길 당대표가 따로 만나거나 아니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포함된 3자가 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은 청와대 회담을 정치 담판의 자리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 회담에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석해 다음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은 대통령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형식이 3자인가, 5자인가 하는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세계경제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고, 한국 경제 역시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걱정하면서 정치가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사실 대통령과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상대방의 호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통령은 경제 회생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국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은 국회를 통과해야만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야당이 장외투쟁을 접도록 설득할 책무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0%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반대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민은 길거리로 뛰쳐나간 야당을 향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외투쟁이 길어질수록 야당이 국회를 내팽개치고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포기했다는 비난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꽉 막힌 대치 정국을 풀고 싶다면 상대방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고집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4~11일 러시아 G20 정상 회의에 참석한 뒤 베트남을 방문한다. 대통령 출국 전에 여야 대표와 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기국회가 보름 이상 겉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나라 안팎의 사정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실기(失機)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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