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생활 형편이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에 국민 69.5%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나아졌다'는 대답은 15.1%에 그쳤다. 박 대통령의 외교·대북(對北) 정책이 호의적으로 평가받은 것과는 달리 경제정책은 실패했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고용률 70% 달성을 내걸었을 뿐 성장 목표나 성장 전략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일자리 만들기에 온 힘을 다 쓰겠다는 게 이 정부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7월 말 현재 취업자 숫자는 1년 전보다 36만7000명 늘었지만 40대 이상의 취업자만 51만7000명 늘고 20대 이하 취업자는 13만 6000명 감소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도 50대 이상의 취업자만 168만명 늘었던 반면 20·30대 취업자는 75만명 줄어들었다. 정부는 취업자 감소로 청년층의 빈곤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끊지도 못하면서 경제 민주화 입법을 통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고,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세무조사도 확대했다.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에는 투자와 성장을 막는 정책 수단들이 지나치게 강하게 발동된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10대 재벌 총수들과 중견기업 회장단을 만나 투자를 권유하겠다고 나섰다. 국민경제자문회의도 소집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사정이 다급해지면 이런 모임을 가졌지만 그것이 투자를 촉발시켜 경제 회생에 기여한 적은 별로 없다. 잘해야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에 머물렀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중간 평가를 받게 된다. 앞으로 10개월 안에 경제 회생의 새싹이 솟아나지 않으면 이 정권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지 않아도 미국의 금융 완화 축소가 신흥국들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어 그 파장이 언젠가 한국에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추경(追更) 편성부터 금리 인하, 투자 활성화 조치, 벤처기업 육성 대책 등 경기 부양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제는 자질구레한 정책을 산발적으로 발표할 게 아니라 부동산 경기 활성화, 규제 폐지, 정부 지출 확대 등 국민이 경기 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종합적인 큰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서고 국민도 소비를 하겠다며 지갑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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