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베이징(北京)의 낮 기온은 35도를 넘었지만 베이징대 동문 앞에는 50여m의 줄이 늘어섰다. 여름방학을 맞아 베이징대를 구경하려고 전국에서 몰려온 학생과 학부모들이었다. 중국의 인터넷 매체 창청(長城)망은 "폭염도 베이징대로 가는 '수학여행'을 막지 못했다"며 "한 시간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베이징대는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아시아 대학 가운데 가장 빨리 순위가 상승한 곳을 꼽으면 베이징대가 셋째로 높다. 2011년 13위였다가 2년 만에 8계단 뛰어올랐다. 베이징대는 100년 전에도 중국 내에서 인기였지만, 최근엔 중국 최고를 넘어 글로벌 톱 대학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수 철밥통부터 깼다

10년 전만 해도 베이징대 교수는 대표적 '톄판완(鐵飯碗·철밥그릇)' 자리였다. 그러나 중국 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 계약제'와 '교수 평가제'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기존 교수에 대해선 '계약제'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지만, 최근 임용된 교수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3~5년마다 재계약하도록 했다. 또 매년 평가에 따라 교수를 9등급으로 나눠 보조금 등을 차등 지급한다. 비슷한 경력의 교수라도 월급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13일 베이징대 앞에는 폭염 속에서도 학교를 구경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을 서 있다. 학교는 캠퍼스 출입자 수를 통제하기 때문에 한 시간쯤 줄을 서야 교내에 들어갈 수 있다. 베이징대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이징대의 교수 개혁은 쉬즈훙(許智宏)·저우치펑(周其鳳) 전 총장이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외부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를 대폭 발탁했다. 학부생 두샤오쑹(杜小松)씨는 "최근 젊은 교수님이 많이 늘었다. 에너지가 넘쳐 좋다"고 말했다. 저우 전 총장은 인민망(人民網) 인터뷰에서 "교수진의 다원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 학자들도 잇달아 학교로 모셔왔다. 과학기술 방면 최고 인재인 중국과학원 원사(院士)나 중국공정원 원사 칭호를 받은 교수만 70여명에 달한다. 저우 전 총장은 "2001년 전까지는 베이징대가 '셀(Cell)' 등 세계적 학술지 6곳에 발표한 논문이 다 합해서 21편에 불과했는데, 2011년 한 해에만 278편을 실었다"고 말했다.

비(非)베이징대 출신이 교수의 60~70%

서울대는 교수의 85%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다. 반면 베이징대에는 모교 출신 교수를 선호하는 '대학 순혈주의'가 없다. 일부 학부는 지난 10년간 교수 10여명을 신규 임용하면서 베이징대 출신을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문의 동종 교배'를 줄이고, 다른 대학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교수 경쟁력을 키웠다는 의미다.

베이징대 역사학부의 한 교수는 "비(非)베이징대 출신이 전체 교수의 60~70%는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학 어문 계열의 경우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무조건 학교를 떠나 외부에서 5년쯤 경력을 쌓아야만 베이징대 교수 임용 때 지원할 수 있다고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최소 한 학기는 외국에서 공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 다니는 쉬루이(徐瑞)는 다음 학기에 파리정치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간다. 학부생 허양(何洋)은 "베이징대 (경쟁력) 순위가 올랐다면 교환학생 기회를 확대한 덕분일 것"이라고 했다. 국제화는 베이징대 개혁의 핵심 방향이다. 저우 전 총장은 재임 시절"모든 학생에게 최소 한 학기는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베이징대는 미 예일대와 학생 교류 협정을 맺는 등 외국 대학과 교류를 확장하고 있다. 외국 학생도 매년 증가세다. 재학생 3만6502명(학부·대학원 포함) 중 10%인 3700여명이 외국 학생인데 이를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베이징대는 2001년 대학 개혁의 하나로 자유전공 학부를 개설했다. 입학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문학·철학·역사·기초 과학 등을 2학년까지 폭넓게 배운 뒤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다. 이 학부는 개설 10년 만에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경제학원 등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학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