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핀란드 출장을 다녀왔다. 수도 헬싱키와 주변 도시를 일주일 동안 다니며 먹은 음식의 열에 아홉이 연어였다. 코스 메뉴에는 어김없이 연어 스테이크가 나왔고 가벼운 점심에도 연어 수프가 빠지지 않았다. 작은 카페에서도 훈제 연어 샐러드와 연어 샌드위치를 팔았다. 일행은 사흘쯤 지나자 "속이 니글거린다"며 김치와 컵라면을 찾기 시작했지만 동행한 핀란드 사람은 연어를 내내 잘도 먹었다. 북구에서 연어는 우리 쌀밥이나 다름없었다.

▶연어는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 3국 주변 찬 바다에서 잘 자란다. 그중에서도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연어 양식·수출국이다. 8만3000㎞에 이르는 피오르 해안을 지녔고 겨울 평균 수온 4도로 바닷물이 찬 덕분이다. 노르웨이 연어는 지방층이 두꺼워 육질이 부드럽다. 노르웨이는 치어 담수 양식장부터 해수 양식장, 냉장 포장 공장까지 생산라인을 갖추고 세계 150개국에 한 해 5조원어치를 수출한다.

▶노르웨이에서 월요일 잡힌 연어는 이튿날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서울에 와 수요일이면 대형마트 매대에 오른다. '연어 전용 전세기'는 매주 세 차례 오간다. 지난해 한국이 들여온 노르웨이 연어는 8310t, 530억원어치에 달했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은 수산물 수출 양식단지를 만들려는 완도·진도·신안군의 모델이다. 박준영 지사를 비롯한 전남 방문단은 8월 초 노르웨이 트론하임에 가 연어를 연구하는 대학과 양식장을 견학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에 연어 1만1000t을 팔아 중국 연어 소비량의 92%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수출량이 3700t에 그쳤다. 중국 수출 순위에서 영국(4600t)과 덴마크 자치령 파로제도(4000t)에 밀렸다. 2010년 영국산 연어의 중국 수출량은 510t이었고 파로제도는 아예 수출실적이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평화상을 준 데 대한 중국의 보복"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식품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중국인이 뭔가에 입맛을 들이면 남아나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육식에서 해산물로 눈길을 돌리면서 참치·굴·연어의 국제 시세가 해마다 뛰고 있다. 프랑스 와인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연어의 수난은 중국이 막강한 식품 구매력을 정치적으로 휘두른 사례다. 중국은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붙자 지난해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을 제한해 큰 타격을 입혔다. 이제 식품 수출국들은 중국 눈치를 살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