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지난 6월 워싱턴DC 인근 펜타곤(국방부 청사) 내에 개관한 '6·25전 기념 전시관'의 전시물 지도 곳곳에서 '동해(East Sea)'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시관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승리한 전쟁'으로서 6·25를 재조명하고 한·미 동맹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미 정부가 마련했다. 연간 10만명 이상이 관람할 것으로 추산된다.

9일(현지 시각) 본지가 펜타곤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6·25전 전황을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대형 한반도 지도 6개를 비롯해 10여곳의 전시물에 '일본해'가 단독으로 표기돼 있었다. '동해/일본해'로 병기(倂記)하거나 '동해'로 단독 표기된 전시물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은 '하나의 지명에 대한 하나의 명칭' 원칙에 따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펜타곤(국방부 청사) 내에 지난 6월 개관한 ‘6·25전 기념 전시관’의 전시물 지도 모습. 전시관 내 지도 속 ‘동해(East Sea)’는 모두 ‘일본해(Sea of Japan·붉은 점선 안)’로 표기돼 있다. ‘동해/일본해’로 병기됐거나 ‘동해’로 단독 표기된 지도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한국이 적절한 의견을 냈다면 미국 측이 굳이 '일본해' 표기를 고집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지니아주 군항(軍港) 노퍽의 맥아더 장군 기념관에서도 한국 측의 문제 제기로 지도의 '일본해' 표기가 '동해'로 바뀐 전례가 있다.

펜타곤 전시관 설치를 담당했던 미국의 '6·25전 정전 60주년 기념회' 측은 "전시물 지명은 미국의 공식 표기법을 따른 것"이라며 "설치 과정에서 한국 측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했다.

지난 6월 18일 전시관 개관식 당시 안호영 주미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 수십 명이 참석했고, 이후에도 정승조 합참의장 등 박근혜 대통령 특사단이 전시관을 방문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잊힌 전쟁'으로 불리던 6·25의 의미를 되살린다는 전시관 개관 자체의 중요성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한·미 양측이 모두 세세한 부분을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교과서에 '동해/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운동을 주도하는 한인 단체 '미주 한인의 목소리'의 피터 김 회장은 "동해 표기를 위해 한인 단체들은 길고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한·미 당국은 약간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펜타곤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한국 역사에 관심 있는 수많은 관람객이 '일본해'가 표기된 지도를 보게 되는 것은 매우 허탈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