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가 항공사(LCC)를 이용하는 승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저가 항공사가 대형 항공사보다 경력 5년 미만 조종사 비율이 최대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경력 5년 미만의 '신참' 조종사 비율은 진에어가 95.7%로 가장 높았다. 진에어의 조종사(기장·부기장) 139명 가운데 133명이 경력 5년 미만이었다. 제주항공도 전체 조종사 가운데 5년 미만 조종사 비율이 절반이 넘었고(51.1%), 그다음이 티웨이항공(39.7%), 이스타항공(35.2%) 순으로 높았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5년 미만 조종사 비율은 각각 29.3%, 16.1%였다.

저가 항공사에 경력 짧은 조종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경력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어 저가 항공사들이 조종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자격 기준을 충족했고 항공사 자체 훈련 1년을 거친 만큼 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 횟수는 대형 항공사보다 적어

올 상반기에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 여행객은 738만명으로, 작년 상반기(627만명)보다 21%나 늘었다. 국내선 점유율이 47.8%까지 상승해 대형 항공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항공사별 경력 5년 미만 조종사 비율 그래프

각 사가 보유한 항공기 대수는 대한항공 148대, 아시아나항공 80대, 제주항공 13대, 진에어·에어부산 10대, 이스타항공 8대, 티웨이항공 5대다. 항공기 한 대당 기장 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9.4명, 8.1명인 데 비해 제주항공은 5.3명, 티웨이항공 6.0명, 이스타항공 6.4명, 진에어 6.5명으로 적다. 각 항공사의 지난해 총 운항 시간을 기장 수로 나누면 티웨이항공(504.1시간)이 대한항공(367시간)의 1.4배에 달한다.

저가 항공사 조종사들의 경력이 짧다고 사고를 더 많이 낸 건 아니다. 최근 5년간 저가 항공사에서 준사고(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건수는 아시아나항공(7건)이나 대한항공(5건)보다 제주항공(2건), 에어부산(2건), 이스타항공(1건)이 더 적었다.

'불합격 조종사' 비율은 높아

조종사들의 여건이 더 빠듯한데도 저가 항공사에서 사고가 적게 난 이유에 대해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저가 항공은 항공기 대수가 적고, 익숙한 공항을 짧은 시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사고 횟수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노선을 개척하고 부정기 전세기를 띄우고 있어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토부가 실시하는 조종사 기량 시험인 운항자격심사 불합격자 비율에서 최근 3년간 제주항공(8.6%), 이스타항공(6.9%), 진에어(4.7%), 에어부산(3.7%)의 불합격자 비율이 대한항공(2.7%)과 아시아나항공(2.1%)보다 높았다. 올 초 국토부는 항공사 사전 안전 점검을 실시하면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을 가장 먼저 점검하고, 조종사 양성·훈련 체계 등을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자체적으로 엄격한 검증 과정을 마련해 불합격자 비율을 꾸준히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도 "불합격자 비율을 매년 낮춘 결과, 올해는 불합격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