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고등학교에도 절대평가(성취도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점수 부풀리기'를 막을 방도를 찾기가 어려운 데다, 학교 현장에서도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등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세워 1~9등급을 매기는 현재의 '상대평가' 제도를 2014학년부터 A-B-C-D-E-F 6등급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지난 2011년 발표했다. 상대평가를 하니 학생들이 지나치게 경쟁하고, 정작 제대로 배웠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대평가에서는 학생을 성적대로 줄 세우기 위해 '함정 문제'를 출제하는 등의 부작용이 제기됐다.

정부는 절대평가 방식을 내년에는 고1학년에 적용하고, 2015년에는 고1~2학년, 2016년에는 고1~3학년에 적용한다. 결국 2017학년도 대입(大入)부터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 성적이 반영되는 것이다.

◇2017학년도 대입부터 적용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학생들의 성적 산출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예컨대 현재의 상대평가에서 내신 1등급은 학생 수 4% 이내 학생만 받을 수 있다. 반면 내년에 도입되는 절대평가는 학생이 일정 수준 점수를 받으면 학생 수에 상관없이 점수(예컨대 A등급)를 부여한다.

취지는 좋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난감해한다. 애초에 교육부는 절대평가를 하면 학생들에게 A~F 6등급 중 하나를 주되, 등급을 나누는 '분할 점수'를 학교별로 정한다는 방침이었다. '90점 이상은 A'라고 국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시험 난도(難度)에 따라 등급별 분할 점수를 미리 정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간고사 땐 90점 이상이면 A를 받고, 기말고사가 좀 어려워지면 80점 이상이면 A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학교들이 분할 점수를 제대로 정했는지는 교육부가 사후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절대평가를 하는 중학교는 분할 점수를 학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A등급 90점' 등으로 정해준다.

교육부 김일환 창의교수학습과 연구사는 "작년부터 전국 고등학교 100곳에서 절대평가를 시범 운영해봤는데, 교사들이 분할 점수를 정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더라"며 "그렇다고 중학교처럼 국가가 정해주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성적 부풀리기 우려 없나

또 다른 문제는 '점수 부풀리기'의 가능성이다. 고등학교들이 자기 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주려고 시험을 쉽게 내 A등급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대학은 고교 내신을 믿지 못해 대입에서 내신 반영 비율이 줄어들고, 결국 학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2000년대 초 고교들은 자기 학교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문제 쉽게 내기' '성적 부풀리기' 경쟁을 벌였고, 그 부작용으로 2005년 고교 내신이 상대평가제로 바뀌었다.

최근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가 "상대평가 제도를 유지하든지, 절대평가 도입을 2년 미뤄달라"는 건의문을 교육부에 제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교육부는 점수 부풀리기 보완책으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절충한 '혼합형'을 검토 중이다. 혼합형은 미리 분할 점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뒤 평균에 따라 분할 점수를 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평균이 70점이면 100~90점을 A로 하고, 65점이면 100~85점을 A로 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등급마다 학생 수를 조절할 수 있어 점수 부풀리기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지만 교육부 측은 "평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를 한다고 발표했으니 이를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