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최근 '창조경제'와 '행복' '맞춤형 복지' '정부 3.0'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에 편승해 자기 부처의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조선일보가 단독 입수한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 등 핵심 4개 부처의 '2014년 예산·기금 요구안'을 분석한 결과, 농림부는 '창조경제' 예산으로 2조50억원, '맞춤형 복지'에 5240억원, '정부 3.0'에 690억원을 편성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겠다"며 2조3344억원을, 국토교통부는 '창조산업'에 2210억원, 산업통상자원부는 '행복 산업단지'에 130억원을 각각 신청했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부처들이 기존에 하던 사업인데, 이름만 '박근혜 코드'에 맞춘 뒤 정해진 한도보다 8100억원 추가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4개 부처의 박 대통령 코드 예산은 5조1664억원이며, 17개 부처 전체로 확대하면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4개 부처는 기재부가 정한 내년 예산 전체 한도액(총 42조8179억원)보다 5조6015억원을 더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경우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재정 건전성 확충 계획)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부처의 내년 예산요구안에는 유사·중복 사업과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예산도 적잖다. 농림부가 '창조경제 사업'으로 제시한 '글로벌 K-푸드 프로젝트'(156억원)는 '한식세계화사업'(150억원) 등 4개 사업과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적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행복 산업단지'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노후 공단 재생 사업'(300억원)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예산 편성이 비밀리에 '깜깜이'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