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장기 집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3년간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앞길이 '비단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베 총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인 TPP(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일종의 FTA)와 소비세 인상,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이 자민당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세 현안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나 외부의 적을 만들어 국민을 단결시키는 '내셔널리즘'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에게 일종의 고통을 강요하는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들이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23일부터 일본이 협상에 참가하는 TPP가 분수령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쌀 등 일부 분야를 TPP 예외 품목으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TPP는 예외없는 시장 개방이 원칙이다. 농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미국·호주·동남아 국가 등이 일본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이미 미국 등 11개 참가국은 17번이나 협상을 한 만큼 뒤늦게 참가하는 일본 측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도 어렵다. 일본이 예외 품목 문제로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아베 총리는 산업계의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국제적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

소비세 인상은 과거 총리들을 퇴진으로 내몰았을 만큼 폭발력이 큰 문제이다. 지난해 자민·공명·민주당이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내년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기로 합의했었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한 일본에서 소비세 인상은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서민들의 저항이 커지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1997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가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다가 결국 총리직을 사퇴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2001~2006년 재임) 전 총리도 소비세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재임 기간에는 인상을 유보했다. 아베 총리는 "10월까지 경기지표를 살펴가며 인상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소비세 인상을 유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을 유보할 경우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고령자 위주의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아베 총리는 당초 상반기 70~74세 고령자의 의료비 자가 부담을 10%에서 20%로 인상하기로 했다가 선거를 의식해 유보했었다. 일본에서 젊은 층은 의료비의 20%를 부담하지만 70~74세는 예외적으로 10%만 부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복지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면 현역 세대가 반발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 은퇴 세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