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모든 숙박형 캠프에 대해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사전 신고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민간 업자가 학생 수백명을 며칠씩 데리고 위험한 활동을 하더라도 신고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전과 22범의 민간 업자가 국토 대장정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여성가족부와 국회는 뒤늦게 부랴부랴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엔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을 주최하려면 지자체에 반드시 신고하는 의무 규정이 담겼다. 이 법은 올 11월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개정법은 국토 대장정처럼 장소를 옮겨가면서 숙박하는 활동만 신고 대상으로 했을 뿐, 한곳에서 며칠씩 묵는 숙박형 캠프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래서 여성부는 최근에 개정한 법안을 다시 개정해서 앞으로는 이동하면서 캠프 활동을 하든, 한곳에서만 활동하든, 모든 숙박형 캠프는 신고 대상에 넣겠다는 생각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작년에 법을 개정할 때도 모든 숙박형 캠프를 신고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 함께 발의됐었는데, 의원들 사이에서 '그건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이 있어 일단 문제가 드러난 국토 대장정만 관리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고치면, 개정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또다시 법을 뜯어고치는 상황이 된다. "미리 제대로 법안을 만들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사고가 터지고 나면 허겁지겁 뒷북을 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성부는 또 전국의 청소년 수련 시설들이 자체적으로 수련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재위탁을 주는 행위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할 계획이다. 이번 태안 사태처럼 학교는 유스호스텔과 계약하고, 유스호스텔은 다시 부실한 소규모 업체에 캠프 진행을 위탁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성부 고위 관계자는 "유스호스텔은 숙박 시설이기 때문에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능력이 안 돼 재위탁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재위탁을 아예 못 하게 하거나, 하더라도 근처 청소년 수련원이나 청소년 수련관 등 검증된 곳과 협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연말을 기준으로 정부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인 청소년 수련 시설은 전국에 총 753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