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 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9조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 가면 올해 국세(國稅) 징수는 목표액 210조원보다 20조~25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월 말까지의 세수 실적은 지금 경제 불황이 얼마만큼 심각한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법인세 납부 실적은 무려 17.9%(4조3441억원)나 감소했고 부가가치세 징수도 7.2%(1조8271억원) 줄었다. 법인세 감소는 이익을 내는 회사가 그만큼 줄어들고, 이익을 낸 회사들도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는 뜻이다. 상거래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부가세 세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법인세·부가세 등에서 큰 구멍이 뚫린 것을 세무조사로 메꾸려 하고 있다. 국세청은 300개 팀을 가동해 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세무서가 관할하는 회사를 맡도록 교차(交叉) 조사하면서까지 징수 실적을 독려하고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거둬들이는 이른바 '노력 세수' 규모는 해마다 5조~7조원 정도다. 국세청이 아무리 '노력 세수'를 늘린다고 해도 추가 징수액은 2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걸로는 20조원이 넘을 세수 부족분을 10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1만8000건이 넘는 세무조사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 있는 것이다.

원래 탈세(脫稅)를 막거나 처벌하기 위해 하는 세무조사를 대통령이 중시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위에서 몰아붙이면 공무원들은 목표 달성에 집착하고 그럴수록 현장에서 세무서와 기업들 간의 갈등은 더 커진다.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이나 전직 고위 세무 공무원을 활용해 세무조사를 부드럽게 해달라고 손을 쓰고 과세 금액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관할 세무서의 징수 목표 달성에 협조하지 않으면 언제 보복성 조사를 받을지 몰라 불만을 참고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세금에 대한 불만이 쌓여 다른 사회적 불만과 합쳐지면 국민 저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세수 부족 사태는 예산 지출 삭감, 공약 재조정, 세제(稅制) 개편 등 근본 대책으로 정면 대응할 일이다. 세무조사라는 편법에 기대다간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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