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1일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전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대운하를 전제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MB 측 관계자들은 이날 "현 정부와 이 문제로 싸울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이정현 공보수석이 직접 나서서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한 것은 '코드 감사'라는 오해만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공식 반박 자료 배포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무관하다'는 자료를 통해 "감사원이 대운하 연관성의 근거로 지적한 수심 6m 구간은 전체 구간 중 극히 일부"라며 "한강 등 대부분 구간은 3~4m로 시공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세종보를 제외한 전체 보(洑)마다 다리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며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2010년과 2012년에 두 차례 실시됐는데 그때는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한 바 없었다"고 했다. 배가 다니게 하려면 설치된 다리를 전부 뜯어야 하기 때문에 운하를 전제했다면 짓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MB 측은 이날 서울 삼성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대기 전 경제수석, 박 전 대변인 등이 참석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정치적 논란은 피하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만 지적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문제로 몰고 갈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라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변인은 "4대강 살리기가 그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란 입장도 함께 내놨다.

박재완 당시 수석, 감사 내용 전면 부인

이 전 대통령 측의 일부 인사는 이번 감사원 감사에 현 정부의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정현 수석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한 것은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니냐"면서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마자 나선 것은 '기획 감사, 정치 감사'라는 오해만 사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을 비난한 것이지만 간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심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묵여뢰(一默如雷)'라고 올렸다. 네 글자 외에 아무 설명도 없었지만 '한 번의 침묵이 우레와 같다'는 말뜻으로 볼 때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쓴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설계 변경'이 이뤄졌던 시기에 청와대에서 4대강 업무를 조율했던 박재완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에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감사원이 '청와대 행정관이 국토부에 주문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정말로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 아니었다"면서 "보를 늘린 것은 물을 더 담기 위한 것이었고, 이런 (감사원 발표) 내용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공방이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감사원, "근거 서류 다 있다"

감사원은 이런 MB 측 반박에 대해 "우리 입장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 다 담겨 있고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가 대운하 전환 가능성에 대비해 수심과 준설량을 늘리라는 지침을 준 내용은 국토부에서 입수한 자료에 다 나와 있다"면서 "문건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