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최신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8조3000여억원 규모 공군 차기 전투기(F-X) 사업 가격입찰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5일 "지난달 18일부터 오늘까지 3주간 가격 입찰을 총 55회 진행했으며, 지금까지의 입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한 뒤 다음 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의 이 같은 방침은 F-35A(미 록히드마틴), F-15SE(보잉), 유로파이터(유럽 EADS) 등 3개 후보 기종이 제시한 최종 가격이 모두 사업비 8조3000억원을 초과했고, 곧바로 추가 입찰을 하더라도 가격이 사업비 내로 낮춰질 가능성이 작다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격은 F-35가 가장 높고 유로파이터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제시된 가격은 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추가 입찰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지만, 유찰(流札)시킨 뒤 사업추진 규모와 방식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를 예산 범위 내로 맞추기 위해 전투기 도입 대수를 줄이거나, 총 60대 중 40대를 먼저 도입한 뒤 20대를 나중에 도입하는 분할 도입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전투기 장착 무기나 절충교역(무기구매 반대 급부로 부품생산 또는 기술이전을 받는 것) 규모를 줄여 1조원가량을 절감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기본 예산의 20% 내에선 예산 당국과 협의되면 사업 재검토 없이 증액이 가능해 군 당국에선 1조원 이상 예산 증액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당국이 사업공고 후에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예산 증액을 하려면 이번 입찰을 유찰시킨 뒤 사업공고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밟더라도 예산 당국은 기존의 국방비 외에 추가 예산을 할당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투기 사업 예산이 증액될 경우 다른 예산이 깎일 가능성이 커 육·해군의 반발 등 군 내 진통도 예상된다. 유찰 후 사업추진 방식이 재검토되면 적어도 수개월간 기종 선정이 지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