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우리 대북(對北)정책의 반면교사(反面敎師)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만약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경우,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철저히 국제관례를 적용하라

2007년 2차 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로부터 오후 회담 시간을 얻어내기 위해서 "말씀드릴 게 더 남았습니다. 아니면 위원장 말씀 그냥 한 시간, 두 시간 듣는 것만이라도…"라며 총 7차례에 걸쳐 '애걸'해야 했다. 회담 배석자도 우리 측이 4명인 반면, 북한에서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1명만 배석해 불균형을 이뤘다. 모두가 시간과 의제 등을 구체적으로 미리 정하는 국제관례를 따르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2차 남북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일정과 의제, 의전에 대해 상세한 합의 없이 평양을 갔기 때문에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라도 북한과 회담할 때도 국제관례에 맞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與野6인 실무회동 - 26일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위한 여야 6인 실무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정책위의장,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國益 점검하고 동맹국과도 논의를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수호해 온 NLL(북방한계선)을 '괴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라며 'NLL 포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대다수 국민과 달랐던 것이다. 김정일에게 미국, 일본을 폄하하는 발언도 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전 청와대 통일비서관)는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체제에 대한 확신과 국가관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에 임했다"며 "북한과 회담할 때는 모든 의제에 대해서 사전 점검 및 동맹국과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을 활용하라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평양에서 합의한 6·15 공동선언에는 '김정일 서울 답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김정일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2007년 평양에서의 2차 회담을 강행했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는 잇달아 상대방을 찾아가서 회담하는 것이 국격(國格)을 손상하는 것은 물론 회담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김정일은 남북 간의 정상회담을 대등한 '정부 대 정부'의 회담으로 보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의 '알현(謁見)'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회담에 임했다"며 "3차 회담마저도 평양에서 해서는 안 되며 판문점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④업적 남기기용으로 추진말라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 4개월을 앞두고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업적 남기기'용으로 이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회담 결과를 "그저 공동보도문으로 각기 표기하고 보도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하자, 굳이 '선언'으로 해 달라고 고집했다. 또 우리측이 개성공단 문제 등에 대해 매달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눈에 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전 청와대 대외전략 기획관)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무리하게 업적을 내려고 매달리다 보니 임기가 없는 김정일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시간에 쫓기는 노 전 대통령을 김정일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