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3일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국정원 댓글 사건의 국정조사를 관철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전국 지역구별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일부 재야 세력의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검토키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친노(親盧) 세력을 중심으로 한 길거리 투쟁 주장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거리 투쟁으로 민주당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등의 강경론이 잇따르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거리 투쟁을 하는 이유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검찰이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정원의 선거 개입, 경찰의 축소 수사 혐의를 밝혀 그 내용 그대로 기소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에 국정원장 말고 또 배후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 자신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최소한의 근거나 정황도 제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밝히지 못한 내용이 국회의원들의 국정조사에서 새로 드러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재판 절차가 시작된 만큼 일단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서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선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좌파·친야 단체들의 '촛불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 수백 명은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면서 현 정부 퇴진을 요구했고, 몇몇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의원도 여기에 동조했다. 반여(反與) 좌파 진영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걸어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의 재연(再演)을 시도하려는 모양이다. 이들에게 국정원 직원 몇 명이 인터넷에 단 댓글이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속마음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들이 여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대선 불복(不服) 대열에 동참하는 걸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런 한풀이가 당 장래에 어떤 역풍(逆風)을 불러올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선 아무 조건 없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해 주고는 원내대표가 교체된 뒤 지금 와서 말을 바꾸는 듯 보이는 것도 큰 문제다. 그때와 지금 무슨 사정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의 이런 명분 없는 태도가 야당을 이런 길로 몰고 있는 측면도 있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경제 민주화 법안, 민생 법안의 처리를 약속했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외투쟁까지 벌어질 기세다. 임시국회 회기가 10일도 남지 않았다. 여든 야든 골수 지지자들만 눈에 보이고,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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