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은 19일(현지 시각) 북한이 '2·29 미·북 합의'에 규정된 '비핵화(非核化) 사전 조치'보다 더 강한 의무를 이행해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2·29 합의를 깨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기 때문에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더 진전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3자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미·북 간 '2·29 합의' 때보다는 더욱 강한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 대표가 19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3자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 대표,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지난해 미·북 고위급 회담 결과로 나온 2·29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대가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핵실험, 우라늄 농축을 포함해 영변에서 핵 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임시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비핵화 사전 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미·일은 이와 함께 2005년 9·19 6자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 공동성명'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일 3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9·19 비핵화 합의'와 '2·29 합의' 외에도 북한의 '핵 포기 원칙 재(再)표명,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이 취해져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본부장은 이날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대화를 해서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향후 대화가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하지만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한·미·일의 이런 입장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6자회담을 우선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20일 "지금 시급한 것은 대화와 접촉을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관계를 개선,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국이 기회를 포착하고 서로 행동에 나섬으로써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