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중반 함경남도 함흥. 마을엔 조그마한 장이 서 한복을 입은 아낙네들이 고추와 생선·호박을 팔고 있다. 아직 시장경제가 살아 있었다는 의미다. 초가집 앞마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한식과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경제성장률이 20%대('계획과 시장의 공존' 삼성경제연구소, 2008)였던 시절의 북한 사람들은, 경제가 몰락한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이다.
1950년대 전후(戰後) 복구기 북한 사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 500여 장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55년 함흥에 파견됐던 동독 재건단 파견 요원들이 촬영한 사진이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신동삼(83)씨는 동독에서 유학하던 1959년 서독으로 망명했고, 이후 재건단의 생존자와 유족을 수소문해 당시 촬영된 3000여 장의 사진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이 사진의 일부가 '신동삼 컬렉션―독일인이 본 전후 복구기의 북한'(눈빛출판사)으로 엮여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