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지난 11일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에 독특한 무기들이 등장해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야간 영상 장비와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무인 로봇 차량, 사람이 몸에 착용하면 무게 수십㎏짜리 배낭을 메고도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어 '수퍼맨'으로 만들어주는 '근력(筋力) 증강 로봇', 새를 꼭 빼닮은 소형 무인 정찰기 MAV 등이 전시돼 있었다.

이 로봇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방 무인·로봇 기술을 창조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선정함에 따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개최한 심포지엄에 전시된 것들이었다.

앞서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첫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 전력화(戰力化)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과 방위산업계, 학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무기를 만드는 방위산업은 민간 분야에 대한 기여가 없는 소모적 존재로만 잘못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일각에선 일부 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근거로 정부가 얼마만큼 창조경제와 국방을 접목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문제다. KFX 사업은 F-4·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16보다 약간 성능이 우수한 중간급(級)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 120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1년 본격 검토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0여년간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5차례에 걸쳐 타당성 검토가 이뤄졌다. 본격 개발에 앞선 선행(先行) 개발을 의미하는 탐색 개발에 지난해까지 550여억원(우리나라 440억원, 인도네시아 110억원)이 이미 들어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말 다시 사업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연구 기관에 검토를 의뢰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정부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이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은 6조원을 투자해 KFX를 개발하면 해외에서 직접 사오는 것보다 5조원을 절약할 수 있고 19조원의 산업 파급 효과, 4만~9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파는 국내 기술력과 수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산 전투기 개발은 실패 위험 부담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것은 직접 전투기를 사용할 공군의 태도 변화다. 공군은 당초 KFX 개발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이런 기류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공군의 한 장성은 "F-15K, F-16 등 수입 전투기를 쓰다 보니 해외 업체들이 수리 부품 가격을 비싸게 부르고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신속하게 부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투기 개발에는 천문학적 돈이 드는 만큼 신중한 접근 자세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창조경제와 국방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는 KFX에 대해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 변신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정부가 퍼스트 무버로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