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의장 직속 자문 기구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헌법개정연구회 출범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姜昌熙·사진) 국회의장은 "양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현직 의원이 국회의장 자문 기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국회 규정을 무시한 데다 소수 정당 입장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민주적 구조"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 13일 공동 브리핑을 통해 "2년간 공동으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연구회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양당 소속 국회의원 각 10명과 민간 전문가 4명 등의 명단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장실에서는 "현행 '국회의장 자문 기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은 국회의장 자문 기구 위원 자격을 국회 공무원과 외부 인사로 제한하고 있다"며 규정 개정 등을 포함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거대 양당이 파행적 밀실 회동 논의를 내놓았다"고 반발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의 한 측근은 30일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자리인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민감한 사안인 개헌 논의를 국회의원들을 이끌고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장님도 이런 생각으로 이번 양당 간 합의와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 측근은 또 "소수 정파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고 양당 중진 의원이 대거 포함돼 있어 '연구회'보다는 '특위'에 가까운 구성"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의장에게 떠넘겼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기춘 사무총장은 "의장님도 이해를 한 줄 알았는데 뜻밖"이라며 "그렇다면 특위로 가는 방향도 생각해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개헌 추진 의원 모임 간사인 이군현 의원은 "양당 모두 원내대표가 바뀌었으니 강창희 의장과 새로 상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특위를 꾸리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헌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취임 간담회에서 "여야 전임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개헌연구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다소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파악해보고 적절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19대 국회의 개헌 논의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