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내년부터 2017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 피해자에게 배상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은 1952년부터 60년간 총 700억달러(약 80조원)의 배상금을 내놓았지만 지금도 꾸준히 나치 피해자를 위한 자금을 내놓고 있다.

나치 피해자 지원 단체인 대독유대인청구권회의와 독일 정부 대표단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협상을 열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나치 피해 생존자를 위해 1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 자금은 46개국에 흩어져 있는 나치 피해자 5만6000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베르너 가처(앞줄 오른쪽) 독일 예산장관이 2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쿠르트 블레이(앞줄 왼쪽) 이스라엘 예산장관과 함께 2차대전 중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나치로부터 피해를 입은 46개국 5만6000명 생존자에게 배상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독일은 1952년 나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담은 '룩셈부르크 협약'에 서명한 후 주기적으로 배상 대상자와 금액에 대해 피해 단체와 협의해 왔다. 나치 범죄의 피해 상황이 추가로 확인되기 때문에 피해자와 배상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게 독일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지난해 독일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유럽 지역 생존자에 대한 배상액을 늘린 데 이어 이번에는 고령(高齡)으로 간병이 필요한 사람과 나치 치하에서 유년기를 보낸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나치 생존자 중 우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간병 서비스를 받는 데 필요한 자금을 늘려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기간이 줄고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일반 유대인 밀집 지역에서 생활했던 피해자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상금 수급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집단 수용소나 폐쇄된 주거 지역에서 생활했던 피해자들만 배상을 받았다. 앞으로는 신분을 숨기고 나치의 감시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숨어 지내야 했던 피해자들도 매달 411달러(약 46만5000원)의 연금을 독일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어린 시절 나치의 박해를 받았던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게 됐다. 1928년 1월에서 1945년 5월 사이에 태어나 유대인 집단 수용소나 밀집 지역에서 생활했던 사람이 대상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기구센터는 "이들은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인성이 형성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박탈당했다"며 "이 때문에 이후 사회적·정신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 센터의 콜레트 아비탈 회장은 "이런 생존자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통해 독일 정부가 역사적으로 정의로운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지속적인 배상 노력은 일본과 대조된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일본군위안부 생존자와 강제 노역 피해자에 대한 배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