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서라도 중국 제품에 대한 유럽연합의 보복관세 부과를 막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 시각) 베를린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 이같이 약속했다. EU와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중국 편을 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EU는 이달 초 덤핑 판매를 이유로 중국산 태양전지 패널에 평균 47%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최근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이동통신 장비에 대해서도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 등을 받아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유럽에 제품을 수출해 시장을 교란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독일의 큐셀을 포함해 지난해 도산한 유럽 태양광발전 관련 기업이 20여개에 이른다.

이날 회담에서 리 총리는 "EU의 보복관세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우리는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간 무역 분쟁 해법을 집중적으로 찾겠다"고 답했다.

유럽 경제 위기 과정에서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메르켈 총리가 중국 앞에서 저자세를 취한 것은 경제적 실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소비가 위축된 유럽은 독일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중국은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매우 중요한 상대다. 독일은 EU 국가 중 중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지난해 독일의 중국 수출액은 666억유로(97조원)에 이른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최대 해외시장도 유럽이 아닌 중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투자를 호소하고 35억달러(4조원)어치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판매하는 등 '경제 외교'를 펼쳤다.

만약 EU와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중국이 EU 제품에 무역 제재를 가한다면 독일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무역 분쟁을 독일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중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이미 독일 기업 로비스트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집행위원회 등을 상대로 보복관세 철회를 설득 중이다. 또 중국과 EU집행위 고위 관계자들이 27일 브뤼셀에서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