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 공예운동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사진)의 미학(美學) 이론과 수집품을 다룬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 공예품에 심취해 도자기·소반·나무상자 등을 수집했던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양가적 의미'를 가진 사람이다. 우선 그는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당시 전무했던 조선미술사 연구에 기여했다. 그런데 그는 조선 미술을 '비애미(悲哀美)'로 규정했다. 조선인을 '연약하고 수동적인 식민지 백성'이란 이미지로 고착시켜 식민사관의 정립에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기도 하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흥미를 보일 만한 부분은 제2부 '조선과의 만남:동양의 조형미에 대한 의식'. 야나기의 긍정과 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소개해야 할 대목. 그러나 설명문은 야나기가 경성·경주 등을 여행하며 공예품 수집을 시작한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야나기는 이러한 공예품에는 조선 민족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였고, 조선인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고만 썼다. 또 "20세기 초, 미술사에 대한 개념과 지식이 부족했던 한국의 상황에서 그의 미학은 일본이 창출한 조선의 이미지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적혀 있지만 그 '영향력'의 양면성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다.

그가 조선의 미를 '비애미'로 규정했다는 사실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야나기가 도쿄에 설립한 일본민예관 소장품과 관련 자료 139점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박람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한·일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 시점에, 야나기를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최대한 관점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가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간 태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 도록에는 야나기의 양면성에 대한 원고를 충분히 실었다"고 덧붙였다. 도록 가격은 3만5000원이다. 아무 데나 '정치 강박증'을 들이대는 것도 피곤한 일이지만, 정작 '정치적' 배경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한 태도'만을 보겠다는 것도 책임 방기로 보인다. 국립미술관의 설립 목적 중에는 '대중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