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 걷기 대회에 참여한 장덕례·서소광(왼쪽부터)씨 부부가 한강변을 걷고 있다.

"자∼한번 웃어봐요. 김치∼이."

치매 극복 걷기 대회에 참가한 서소광(70)씨는 아내 장덕례(63)씨에게 연신 카메라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다. 장씨가 "귀찮아, 그만하자"고 해도 서씨는 "오랜만에 멀리 소풍 오니까 좋잖아. 어이쿠, 저기 꽃이 예쁘게 피었네"라며 아내를 또 강변에 세웠다. 서씨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08년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가 외출했던 기억을 종종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기억이 안 난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그런데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니까 다시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서씨의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아내와 함께한 나들이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하다.

5년 전 장씨는 갑자기 2∼3개월 만에 체중이 10㎏ 이상 줄었고 전화할 때 들은 내용을 금방 잊곤 했다. 병원 진단을 받아보자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씨는 "아내 나이 60도 안 됐을 때였다.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장씨의 상태는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호전됐다. 5년 전처럼 장씨는 요즘도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에 출근해 전화 받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다. 증상이 보이자마자 병원에 가 치매를 조기 발견했고, 남편 서씨가 헌신적으로 간호한 덕분이다. 서씨는 "5년 동안 한 번도 약 먹이는 걸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서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아내를 데리고 치매지원센터를 찾고, 두 번은 집 근처 공원을 2시간 이상 산책한다.

꾸준한 체력 관리 덕분에 부부는 이날 낮기온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3.2㎞를 완주했다. 장씨는 걷는 동안 강변에 핀 꽃 이름을 척척 알아맞히기도 했다. 서씨가 꽃이 보일 때마다 "저 꽃은 뭐더라?"라고 물었고, 아내가 "저건 금송화야"라고 답하면 남편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부부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서씨는 "처음 아내가 치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며 "치매는 절망적인 병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희망우체통 엽서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 보면 좋겠습니다. 늘 웃는 모습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