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의 대도시인 광저우(廣州)의 중·대형 음식점과 학교 식당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을 함유한 쌀과 쌀국수가 사용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뮴은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인체에 흡수되면 간과 신장(콩팥)을 손상시킨다. 대표적인 공해병 중 하나로 뼈가 물러지는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짜 양고기, 쓰레기 식용유 등 부식품에 이어 주식(主食)인 쌀마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내 식품 안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광저우시 식품약품감시감독관리국은 지난 1~3월 광저우 시내 대형식당 등에서 채취한 쌀과 쌀국수 표본 18개를 대상으로 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8개에서 허용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광저우 시내 타이양(太洋) 해산물 식당의 쌀에서는 기준치의 2배인 1㎏당 0.4㎎(밀리그램)의 카드뮴이 나왔다. 광저우 외국어무역대인 난궈(南國)상학원 학생식당에서도 카드뮴 0.31㎎이 검출됐다. 중카이(仲愷) 농업공정학원(대학) 제1식당과 대형 식당 옌난페이(燕南飛)에서 식재료로 쓰이는 쌀국수에서도 카드뮴이 각각 0.22㎎과 0.21㎎ 발견됐다. 중국 식약 당국이 정한 음식물 내 카드뮴 허용 기준치는 1㎏당 0.2㎎이다.

광저우시 식약 당국은 지난 16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는 구체적인 업소 명을 거명하지 않았다가, 시민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지난 18일 카드뮴이 검출된 대학 식당과 중·대형 음식점 등 4곳을 뒤늦게 공개했다고 SCMP는 전했다. 카드뮴이 검출된 쌀은 중국 남부의 곡창지대인 후난(湖南)성에서 생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쌀국수 제품은 광저우와 이웃한 둥관(東莞)시의 한 업체가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저우시 식약 당국은 카드뮴에 오염된 쌀과 쌀국수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오염 경로 확인에 착수했다.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식품 안전을 우려하고 정부 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는 글이 수십만건 올라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물과 공기에 이어, 이제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할 형편이 됐다"고 썼다. "이 '독(毒) 쌀'을 정부 관원과 악덕 기업인들에게 보내 배불리 먹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 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카드뮴 오염 쌀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난징(南京)농업대 자원환경연구소가 2007년 중국 전역의 170개 곡물시장에서 채취한 쌀 표본을 상대로 중금속 오염 실태를 조사했을 당시, 전체 표본의 10%가량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오염된 토양에 함유돼 있던 유해 중금속이 농업용수나 지하수에 녹아 농작물에 스며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