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모(여·39)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홀어머니를 지난달 초 집으로 모셨다. 1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강원도 원주의 오빠 집에서 지내면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오빠네 별장에서 지내면 엄마 병세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그리로 모셨다"며 "그런데 반년 만에 우리 남매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했다. 어머니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냉장고 안에 있는 반찬통을 죄다 집어던지는 등 신경질도 자주 부렸다. 온종일 말 한마디 없이 우울해하는 날도 많았다. 박씨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엄마를 서울로 모셨고, 요즘은 매주 함께 외출하고 치매센터에도 가면서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박씨 같은 치매 환자 가족이 치매 진단 직후 가장 먼저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환자를 어디서 보살피느냐'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최적 장소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사람과 소리가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대한노인요양협회장을 지낸 김덕진 창원희연병원 이사장은 "치매 환자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면서 인지 저하를 늦춰야 한다"며 "시골의 외딴 전원주택 같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너무 복잡하거나 시끄럽지 않되 환자의 시각·청각을 꾸준히 자극할 수 있는 곳, 주변 도움을 받아 외식·쇼핑 등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장소로 '한적한 전원주택'을 선호한다. 본지가 설문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어디서 돌보겠느냐'고 질문한 결과, 105명(10.5%)이 '한적한 시골의 전원주택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살던 집에서 그대로 모시겠다는 응답자 수(107명)와 거의 비슷했고, 병원에서 모시겠다는 숫자(62명)보다 더 많았다. 특히 20대는 무려 20.2%가 '치매 환자를 위해 전원주택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전원주택보다 도심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