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요양원은 4326개, 요양병원은 1087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다. '요양'을 목적으로 하는 요양원에는 의사가 없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에는 의사가 있다. 치매 증세만 있는 환자라면 요양보호사들이 제때 치매약 복용을 돕는 요양원에 머물러도 별문제는 없다. 그러나 치매 외에 당뇨,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으로 합병증이 염려되거나 오랜 투병으로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환자는 의료진이 항시 대기하는 요양병원이 안전하다.

비용은 대체로 요양병원이 더 많이 든다.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혜자라면 본인 부담금이 월 50만원을 밑돌지만, 요양병원은 치료비 외에 간병비를 추가로 내기 때문에 월 1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직접 환자를 돌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면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특성과 기능을 정확히 파악해 어느 쪽이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환자를 돌보는 데 집중하는 요양원과, 환자의 증세를 파악하고 처방을 하는 병원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영순 중앙보훈병원 치매전문의는 "요양원은 치매 환자의 증세와 치료약이 명확히 정해진 상태에서 들어가야 한다"며 "치매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가 요양원에 갔다가 미처 몰랐던 폭력성이 나와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가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면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거나 요양병원에 머물며 의사를 통해 증세의 종류와 약을 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정착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