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 짓는 이규섭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규섭(36)이 코트를 떠났다.

이규섭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6년 농구 인생의 마무리를 알렸다.

이규섭은 "처음 프로에 올 때, 내가 원했던 삼성이라는 구단에 와서 11시즌을 뛰었다. 축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까지 내가 있게 도와준 삼성 구단과 단장님, 감독님 그리고 26년 동안 뒷바라지한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규섭은 프로 출범 후 삼성에서 배출하고 은퇴한 사실상 첫 프랜차이즈 스타다. 대경상고~고려대를 거쳐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규섭은 11시즌 동안 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통산 기록은 총 574경기에 평균 10.3점 2.6리바운드 1.2어시스트이다. 이규섭은 2000~2001시즌 통합우승과 함께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2005~2006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4전 전승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의 통산 2회 우승에 모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사실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선수는 경기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맞다. 하지만 떠나야 할 때 떠나는 것도 맞다고 본다"며 "앞으로 새로운 시작을 보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규섭은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도 땄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량저하, 노쇠화로 존재감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삼성 역사의 중심에 있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와도 얼마든지 더 뛸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규섭은 삼성에 애착이 강했다.

이규섭은 "다른 팀에서 뛴다는 것은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어 "나는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삼성을 통해 프로에 데뷔했고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다. 애착이 강하다"며 "팀을 위해서는 희생을 할 줄도 알았다.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삼성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삼성은 농구"라고 표현했다.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도 결승에서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금메달의 일원이었다는 게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규섭에 앞서 인천 전자랜드에서 은퇴를 선언한 강혁은 이규섭과 '실과 바늘' 같은 관계였다. 삼성에서 함께 두 차례 우승을 일궜다.

이규섭은 "(강)혁이 형은 내가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코트에서 함께 했던 선수다. 서로 전화도 자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지낸다"며 "지도자가 됐는데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조만간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동광 감독과의 인연도 전했다. 김동광 감독은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규섭을 전체 1순위로 선발했다. 그리고 은퇴 순간에 스승이기도 하다.

이규섭은 "대학교 4학년 때, 나를 선발해 주신 감독님이다. 나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셨고 항상 많은 관심을 주셨다"며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굉장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모셔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규섭이가 나에게 참 많이 혼났던 선수다. 이제 지도자가 되면 나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며 "나 역시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첫 선수인 것 같다. 굉장히 장점이 많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이규섭은 향후 6개월간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다녀와 본격적인 은퇴 뒤 행보를 할 예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동안 김동광 감독님, 안준호 감독님, 유재학 감독님, 허재 감독님, 전창진 감독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잘 모르는 부분은 조언을 구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나를 사랑해 준 많은 팬들과 뒷바라지에 애쓴 부모님, 아내에게 굉장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성훈 단장은 "은퇴 경기는 치르지 못했지만 은퇴식을 성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또 영구결번에 대해서도 검토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대 선배인 신기성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비롯해 전형수(오리온스)와 조성민(KT), 임동섭(삼성) 등이 참석해 떠나는 이규섭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