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겁나는 치매, 든든하게 보장해드립니다." "치매, 이제 걱정 마세요." ….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의 눈길을 끌고 있는 보험회사들의 광고 문구다. 최근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 업계도 '치매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치매보험' '실버보험' '효도보험' 등의 이름으로 출시한 치매 관련 상품만 수십 개에 이른다. 보험회사들은 마치 '우리 회사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더 이상 치매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TV, 인터넷, 심지어 지하철역 등에서도 광고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회사 광고만 믿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가입했다간 돈은 돈대로 쓰고 가족이 치매에 걸려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부 임모(58)씨는 3년 전 아버지 앞으로 치매 진단 시 간병비 1000만원을 지급하는 실버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아버지는 이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집에서 자주 난동을 부리더니 결국 작년 초 임씨가 데려간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금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약관 속에 숨어있었다. 임씨는 "보험회사에 전화했더니 '약관에 중증 치매만 보장이 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아버지 증상은 아직 경미해 보험금 지급이 곤란하다'고 하더라"며 "중증 치매는 거동도 못 하고 집도 못 찾고 사람도 못 알아보는 정도라야 한다는데 아버지 증상이 더 나빠지길 바랄 수도 없고, 보험만 믿고 있던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실버보험이 치매 진단 시 병원비나 간병비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회사 영업 사원 B씨는 "'실버보험' '효도보험'이라고 해서 모두 치매 간병비를 지원해주지는 않는데 많은 이가 치매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보험 상품 대부분은 치매 부분을 특약이나 선택 계약으로 지정하고, 추가 보험료를 내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보험국장은 "많은 보험회사가 광고를 통해 치매를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치매 보장 상품의 보험료가 만만치 않은 만큼 약관을 꼼꼼히 읽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상의한 뒤 보험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