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인 말과 행동에 대해 심리 전문가들은 "진실을 감추려고 변명을 하다가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 먼저 갔는데 비싸서 지하 바로 옮겼다" "피해 여성과 술자리 간격이 2m 떨어져 있었고 운전기사가 옆에 있었다"는 등 당시 정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술을 마신 시간에 대해서는 두 시간 동안 와인 2병을 마시고도 30분 정도 가볍게 마셨다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진이 2010년 거짓으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청구인들의 심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거짓 청구인들은 설명하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지나치게 자세히 얘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할 때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윤 전 대변인의 말과 행태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팩트(fact·사실)를 가공 조합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이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착각했다면 의학적으로는 이를 '회상성 기억 조작'이라 부른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대선 전 문재인 후보 지지자를 '정치적 창녀'라고 표현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상대방을 깎아내릴 때 굳이 여성을 등장시킨 남성 우월적 시각을 드러냈는데, 이번에 성추행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단지 허리를 툭 쳤다'고 한 표현 등도 이 같은 마초 심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이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알코올 의존 증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사람들은 당장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는데도 술부터 마시는 행태를 보인다"며 "그렇게 시작한 음주가 이성을 마비시켜 상식 밖의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회상성 기억 조작 (retrospective falsification)

자기 방어를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게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기억은 주관적이라 같은 일을 겪어도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중 현재의 필요에 따라 과거 기억을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필요한 쪽으로 변형해 기억하는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다.

[[찬반] 윤창중 파문 대통령 사과, 적절했다 vs. 인사실패 빠진 부족한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