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이하 현지 시각)까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윤 대변인은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W호텔로 이동해 이 호텔 바에서 술을 마셨다. 주한 미 대사관이 채용한 인턴 여직원 A씨, 운전기사 등과 함께였다고 한다.

이민 1.5세인 A씨는 대학생이며 영어·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경찰 진술 등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도중 윤 전 대변인은 A씨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윤 전 대변인이 밤 9시 30분~10시 사이에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bed her buttocks without her permission)'고 진술했다.

윤 전 대변인은 다음 날인 8일 새벽 5시쯤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왔다. 목격자들은 그가 만취 상태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전날 밤 성추행 시각부터 다음 날 새벽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A씨와 계속 술을 마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 측 진술에 따르면 호텔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아침 6~7시쯤 전화로 A씨에게 방으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A씨가 방에 들어갔을 때 윤 대변인은 옷을 벗은 채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A씨 측 관계자는 말했다.

A씨는 이후 방에서 나와 행사본부(CP)에서 울었다고 한다. 이를 청와대 관계자들이 보고 이유를 묻자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A씨 친구들은 오전 8시쯤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아침 호텔로 성범죄 전담 경찰 2명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호텔에 없어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美경찰의 사건 보고서 - 미국 워싱턴 DC 경찰국에 접수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관련 보고서. 이에 따르면 피해 여성으로 알려진 A씨는 윤 전 대변인이 7일 오후 9시 30분~10시 사이‘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고 미 경찰에 신고했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8시 헤이 애덤스 호텔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경제인 조찬 모임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예정된 일정대로 움직였다. A씨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로 알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이남기 홍보수석과 접촉한 뒤 오전 9시쯤 급하게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짐을 챙겨 호텔을 떠났다.

방 안에는 옷과 면도기 등을 그대로 남겼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혼자 덜레스 공항에 9시 50분쯤 도착했다. 이어 개인 신용카드로 오후 1시 35분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즈니스 좌석 티켓을 3869달러에 결제했다. 윤 전 대변인은 별도로 짐을 부치지는 않았고 작은 손가방을 하나 들고 있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박근혜 대통령 일행이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한 시각인 오후 4시쯤, 탑승했던 최영진 주미대사에게 "윤 대변인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수사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미 비행기에 오른 시점이었다.

한편 그웬돌린 크럼프 워싱턴DC 경찰국 공보국장은 윤 대변인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하며 "신고 내용은 '아주 심각하지는 않은 성추행(Misdemeanor Sexual Abuse)'이었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에 앞서 뉴욕에서도 다른 인턴에게 "방에서 술을 같이 한잔 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영사관측은 11일 "여자 인턴 B씨의 보고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환기장치가 고장났다며 B씨를 방으로 부른 뒤 술을 주문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이후 교민 사회에서 윤 전 대변인이 B씨에게 '술을 함께 마시자'고 했다는 소문이 돌아 B씨에게 재확인했으나, '더 이상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