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말을 인용해 미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戰團)이 오는 10일쯤 부산항(해군기지)에 입항할 것이라고 논평한 것은 한·미 군 당국의 공식 발표나 국내외 언론에서 보도한 적이 없는 내용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북한이 어떻게 니미츠 항모 전단의 부산 입항 계획을 알게 됐는지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어떻게 알았나

군 소식통은 6일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 훈련이나 주요 무기·장비 이동에 대해선 한·미 군 당국의 공식 발표 또는 국내외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각종 성명을 발표하거나 주장을 펴왔다"며 "하지만 북한 국방위 정책국의 5일 발표 내용은 그런 전례와는 달리 매우 이례적이어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의 9만7000)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니미츠’호가 지난달 29일 서태평양 미 해군 7함대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태평양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5일“5월 10일경 니미츠호 항공모함 타격 집단이 부산항에 들이닥친다”고 했다. 군 당국은 한·미 양국이 이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한 적이 없는데도 북한이 어떻게 이 내용을 알고 논평했는지에 대한 경위조사에 들어갔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니미츠 항모 전단의 한·미 연합훈련 참가 및 부산항 기항(寄港) 등에 대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는데 북한이 어떻게 먼저 알고 치고 나왔는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3일부터 2주 일정으로 대규모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를 시작했으나 공개하지 않고 있고, 6일 서해에서 미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 등이 참가하는 연합 대(對)잠수함 훈련을 개시했으나 이 또한 발표하지 않는 등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고 연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엔 북한 언론 보도 후 국내 언론이 합참과 해군, 한미연합사 공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에 나서자 이들은 "우리도 몰랐던 사안으로 확인 중"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군, 경위 파악 착수

군 당국은 니미츠의 한·미 연합 훈련 참가 및 부산항 입항은 공식 발표는 안 됐지만 군 내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검토 중이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북한이 비밀리에 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입수했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휴민트(인적 정보), 군 이메일 등에 대한 해킹, 통신 감청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훈련 주요 발표와 북한 반응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한·미 군 당국이 공개한 내용은 지난 3일 미 해군이 홈페이지를 통해 미 니미츠 항모 전단의 7함대 책임 구역 진입(進入) 사실을 밝힌 것이 유일하다.
한반도 근해라든지 부산항이라든지 구체적 지역이나 항구 명칭은 밝히지 않았다.

미 7함대 책임 구역은 서·남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군 소식통은 “미 해군 블로그 등에 일부 니미츠 전단 승조원이 북한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러 간다는 내용 정도는 노출된 게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미군 지휘부가 함구령을 내려 알려진 것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미 해군 홈페이지 내용과 그동안의 한·미 해상 훈련 패턴 등을 종합해 추측성으로 그런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지금까지 미 항모 전단이 한반도에 출동해 연합 훈련을 하거나 부산 작전 기지에 입항한 시기는 지난 수년간 5월은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이후 미 항모들은 매년 한두 차례씩 키 리졸브, 독수리 연습 기간 중인 3월이나 6~9월에 한반도에 출동했다가 부산항에 기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