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리는 10여년 전부터 검찰과 경찰, 감사원, 공정위가 간헐적으로 단속을 벌였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검·경이 적발한 비리 사범만 6000명이 넘을 정도다.

그러나 주민들이 생활 현장에서 느끼는 '아파트 관리비 부패 지수'가 개선됐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뿌리가 깊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아파트 비리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김강욱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다. 그는 1998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평검사 시절 뒷돈을 수수한 동대표 등 12명을 구속했다. 관리비는 세금(稅金)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기획한 수사였다고 한다.

김 검사장은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5년 단위로 실시하는 방수·도색 공사 업체들을 수사 타깃으로 삼았다. 수사 과정에서 업체 5곳 관계자들이 서로 담합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들을 압수했다. '약점'을 잡힌 업체 관계자들은 주민 대표들과의 '뒷돈 거래'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서부지청의 수사는 이듬해 전국 경찰서가 총동원된 일제 수사로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서부지청 수사를 언급하면서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바로 이런 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실적 3위까지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2개월간의 수사 결과 전국 아파트 단지 8864개 가운데 1996개(22.5%)에서 관리비 횡령, 보험 가입 리베이트 수수, 공사 뒷돈 수수 등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아파트 단지 4곳 중 1곳꼴로 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이 수사로 형사 입건된 5838명은 단일 사건 최다 입건 기록이다. 경찰 수사 직후엔 서울지검 특수부가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을 구속했다. 경찰 수사 무마 조로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경찰은 2010년 보수공사 업체→위탁 관리 업체→동대표로 이어지는 뒷돈 먹이사슬을 밝혀내 79명을 처벌하는 등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수사를 더 했다.

김강욱 검사장은 "수사로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아파트 이권을 둘러싼 비리는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 운영 비리 제보는 이메일 apt112@chosun.com 또는 ☎(02)724-5236, 5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