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와 조선일보가 온라인을 통해 공동 조사한 '2013 한국 영화 지표'에서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남녀 배우로 하정우와 김혜수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연기 잘하는 남녀 배우로는 황정민과 전도연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0대 꽃미남·미녀 배우는 '별로'

'좋아하는 배우' 10위권에는 30~50대 배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 20대는 남녀 배우 통틀어 한효주(26) 한 명뿐이었다.

남자 인기배우 10위 안에 든 배우들의 평균연령은 42.7세. 강동원(32), 하정우(35), 원빈(36), 신하균(39) 등 네 명만 30대고, 나머지는 40대 이상이었다.

여배우는 1위를 차지한 김혜수(43)가 40대였고, 10위권 안에 든 배우들의 평균연령은 34.1세였다. 인기 배우 톱10 리스트에는 원빈, 강동원, 이나영, 김태희 등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유지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지난 2년간 흥행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순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맥스무비, 관객 2만여명 대상 '2013 한국 영화 지표' 결과 표<br>사진=정경열 기자, 이태경 기자, 허영한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를 꼽는 설문에서는 연령대가 더 올라갔다. 남자 10위권 안에는 하정우(35)를 제외하면 모두 40대 이상이었고, 여자 10위권 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41.7세였다. 인기 순위에선 빠졌던 윤여정, 김해숙, 장영남, 문소리 등 중견배우들이 '연기력 순위'에 포함됐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건 최근 극장가의 30~40대 관객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10·20대 관객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던 한국 영화가 다양한 연령대로 외연(外延)을 넓히고 있다. 중년층 입맛에 맞는 기획이 많아짐에 따라 중년 배우들도 활발하게 캐스팅되고 있다"고 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5년 전만 해도 잘생기고 예쁜 신인 배우들을 내세운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좋았는데, 요즘에는 연기력이 떨어지면 관객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외모나 나이에 상관없이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에게 배역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감독은 세대교체가 눈에 띈다. '가장 뛰어난 한국 감독'을 묻는 질문에 작년 10위권에 들었던 윤제균('해운대'), 이준익('왕의 남자'), 강제규('태극기 휘날리며') 등 '구(舊)1000만 감독'들 대신 최동훈('도둑들'), 추창민('광해'), 이환경('7번방의 선물') 등 '신(新)1000만 감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최동훈을 제외한 두 감독은 최근 작품이 흥행하기 전까지 대다수 관객에게 이름조차 생소했었다.

네티즌 평점 신뢰도 떨어져

'영화를 볼 때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극장의 인기가 높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87.1%가 '극장'을 꼽아 2007년(61%)보다 26.1%포인트 증가했다. 온라인 다운로드와 케이블TV 영화채널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2007년에 비해 각각 반토막(13.1%→6.4%), 3분의 1 수준(14.5%→4.8%)으로 급감했다. DVD와 비디오는 2007년 9.6%에서 올해 0.7%로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영화 선택 기준' 항목에서 '네티즌 평점'은 5개 항목 중 3위를 차지했다. 응답 비율도 2007년 18.8%에서 올해 12.7%로 떨어졌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첫째, 최근 '평점 0점 주기 놀이'처럼 영화 외적인 요소가 네티즌 평점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둘째, 관객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익명의 다수가 참여하는 네티즌 평점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는 오히려 응답자 비율(10.3%→18.8%)이 늘어나 2위를 차지했다. "신원과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영화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이런 추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조사 어떻게 했나

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를 통해 총 2만3336명에게 16~23일까지 이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조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1회 이상 극장 관람 경험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무작위로 선발한 일반 여론조사보다 선호도나 관람 성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