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간의 추가협상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인도가 맺은 원자력협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도는 2008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했다.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50개 국가 중에서 2000년대 이후 두 가지 권한을 얻어낸 나라는 인도가 유일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의 협상 과정과 협정문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며 "인도 사례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라고 말했다.

산업계가 美정치권 움직여

인도는 1974년과 1998년 두 차례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다. 이후 국제사회에서 34년간 고립됐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인도에 원자력발전을 하는 데 필요한 우라늄도 수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5년 워싱턴DC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초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도와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3년에 걸친 입법 끝에 미국산(産) 우라늄을 농축하고, 재처리하는 권리를 인도에 줬다. 미국 내 언론과 민주당의 반발이 심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30년간 (국제) 시스템 밖에 있었던 인도가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핵을 운영하게 됐다"며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한국핵정책학회 한용섭 회장은 "2008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을 당시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핵(核) 모범국가도 아니었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치적인 필요를 활용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농축 권한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미국 원자력 산업계가 나섰던 것도 한국이 참조할 부분이다. 미·인도 비즈니스협의회는 "인도가 25년간 1750억달러를 원자력산업에 투자하면 미국 기업이 크게 혜택을 볼 것"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원은"한·미 원자력협정을 외교부에 맡겨둘 게 아니라 경제계까지 나서서 미국 원자력산업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인도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20기)의 비중은 3.7%다. 반면 한국(원전 23기)은 이 비중이 35%다. 인도와 비교해 한국의 원자력 의존도가 높지만 인도와 달리 원전 연료 공급 등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총력전으로 미국의 논리 깨야

전문가들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 시간을 벌었지만, 앞으로 2년간 민·관이 하나가 돼 총력전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의 논리를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립외교원의 윤덕민 교수는 "미국 조야(朝野)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산업적 필요에 따른 평화적 목적임을 설득하는 작업이 총체적으로 필요하다"며 "민·관이 총동원돼 그런 '이미지 메이킹'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일본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준 미·일 원자력협정은 나카소네와 레이건이라는 양국 정상의 작품"이라며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황일순 교수는 "지난 3년간 그랬듯 십수년짜리 한·미 간 장기 공동연구에만 매달려서는 원자력 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 시설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재처리나 농축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