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의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동아제약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증거품 박스를 이송하고 있다. © News1 이명근 기자

검찰이 6개 대형 대학병원에 대해 리베이트 혐의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학교 재단이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병원의 리베이트로 볼 수 있느냐며 대학병원 측이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리베이트 정기조사 과정에서 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건국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원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6곳에 대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22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해온 도매상들은 적게는 수억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기부금을 병원이 속해 있는 학교법인 재단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 규모는 세브란스병원 300억원대로 가장 많고 서울성모병원이 200억원대, 원광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이 10억~20억원대,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고대안암병원이 10억원 안팎 등으로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의 한해 의약품 거래 규모는 25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는 각 병원을 담당하는 의약품 도매상들이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전달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회피하면서도 "약사법 제47조 3항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리베이트로 본다"며 "병원이 재단의 소유인데 관련이 없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 병원들은 "학교 재단 기부금을 병원 리베이트로 볼 수 없지 않느냐"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과거 병원 자체에서 제중상사를 두고 의약품 도매업을 했는데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금으로 병원이 아닌 대학에 준 게 문제가 됐지만 법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났었다. 당시 관할은 교육부에서 담당했다"며 "지난해 도매상 운영 금지법에 따라 제중상사를 안현케어로 이름을 바꿔 물류업만 해오고 있고 현재 의약품 거래는 지오영이란 도매상과 하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원광대병원 관계자도 "지난해 이미 인지했던 내용으로 지난해 말 조사를 나와 불법이 아니라고 종결된 문제인데 다시 보도가 나왔다"며 "원불교도가 운영하는 도매상이 60년 넘게 원불교에 종교 기부금을 내왔는데 교도 개인적으로 18억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2억원은 원광대학에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했다"며 "장학금으로 씌여진 것이 확인됐고 병원과 관련돼 수주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과는 관계없고 법인재단에서 계약한 것으로 기부금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어떻게 조사할 지는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건국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은 사태를 파악 중이다.

한편 최근 동아제약 등 제약사 리베이트로 홍역을 치른 개원의들은 대학병원이 구조적으로 리베이트에 더욱 관련돼 있다며 대학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수사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리베이트와 관련해 개원의들만 수면 위에 떠 있는데 구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되는 곳이 대학병원"이라며 "수사가 공정성을 갖는다면 대학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조사도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리베이트 수사는 우선은 대학병원, 의약품 도매상 등과 직접 관련돼 있지만 제약회사가 도매상을 통해 기부금조의 리베이트를 남긴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수사가 진행되면 수사대상에 제약사들도 차례로 포함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의약품 도매상들이 제약회사가 일부로 남겨준 의약품 거래차액을 재단에 기부금 형태로 지원해 사실상 병원 측에 편법으로 리베이트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 대변인은 "대학병원이 제약회사와 일일이 계약할 수 없어 제약사들을 묶어 도매상하고 거래를 하지만 판촉활동은 각 제약사들이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가톨릭의료원,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수원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의료원, 길병원, 전남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기부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발표해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