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대학원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일반대학원에선 석사 학위를 받으려면 반드시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논문은 필수라는 요건이 짜깁기와 베끼기 등 논문 표절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능력이나 시간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논문을 내라고 하니 무리해서라도 자신의 연구 성과가 아닌 '표절물'을 논문으로 제출한다"고 했다.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인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가 석사 학위를 받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것도 우리나라에선 '논문 없는 석사 학위'가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타블로는 "스탠퍼드대의 코터미널(co-terminal) 프로그램은 별도 논문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과목마다 페이퍼를 20여장 분량 제출한 것으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달리 많은 외국 대학에서는 석사 학위논문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고 있다.

미국 대학 중 공과대학이나 예술대학 등은 대개 석사과정이 논문을 요구하는 과정(thesis option)과 논문을 요구하지 않는 과정(non-thesis option)으로 나뉘어 있다. 논문을 작성하지 않으면 학점을 추가로 이수하고 졸업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대표적 공대인 미시간대 공과대학은 학생들에게 석사 학위 취득 과정으로 학점 이수 과정, 개인 연구 과제 수행, 학위논문 제출 등 3가지 선택사항을 준다.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이모(26)씨는 "석사 학위 지원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한 학생이 석사 학위를 요청하면 대학은 논문 없이도 학위를 수여한다"며 "논문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기를 마칠 때마다 수업 때 제출한 페이퍼 등 연구 성과물을 교수들이 평가해 학위를 준다"고 말했다.

미국 라이스대 박사과정 김모(34)씨는 "이곳에서 석사과정의 의미는 학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이후 박사과정을 밟기 위한 준비단계로 보기 때문에 석사 학위에 집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