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권 민주통합당 의원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은에게) 정중한 예를 갖추길 바란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김정은의 공식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언론에서도 상황에 따라 김정은의 호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연일 계속되는 도발 위협 속에 호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예를 갖추라”고 말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지난 8일 오전 10시부터 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심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돌아오자 첫번째 질문으로 김정은의 호칭에 대해 물어봤다.

심 의원은 한 손에 서류 자료를 들어보이며 “오늘 아침에 장관이 발표하신 자료가 우리 정부의 공식 자료 아니냐”고 물었다.

류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심 의원은 “우리 정부에서 이야기할 때 그냥 ‘김정은은’ 이렇게 이야기 하느냐.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호칭이 뭐냐?”고 했다.

잠시 침묵하던 류 장관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라고 한다”고 하자 심 의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식 호칭이죠. 그렇죠”라고 했다.

심 의원은 “(김정은에 대해) 사적으로는 어떻게 표기하든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식으로 표기하는데 이렇게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이런 식의 표현은 이 자체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이런 식의 표현이 만약에 북한에서 우리 대통령을 가리켜서 ‘박근혜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이미 그 자체가 상황의 악화를 의미한다”며 “앞으로 이런 것 하나도 우리 정부에서 ‘이런 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정중한 예를 갖춰서 하길 바란다”고 했다. 심 의원의 지적에 잠시 침묵하던 류 장관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리명박 역도”라고 부르는 등 대통령이나 고위 관리에게 공식 호칭을 붙이지 않고 있고, 일부 장관에게는 욕설까지 퍼부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가차없이 처형해야 할 21세기 을사오적’이란 기사에서 “이명박 역도와 그 졸개들인 현인택, 천영우, 김관진, 원세훈은 반드시 역사와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처형되어야 할 ‘21세기 을사오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7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얼굴 사진이 붙은 허수아비를 향해 한 북한군 병사가 군견에 “저 김관진 X새끼를 물어!”라고 외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관진놈’이라고 적힌 사격 표지를 향해 사격 연습을 하던 한 병사는 “사실 저 김관진놈 같은 새끼는 우리의 목표로 될 일거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서울 강동을 지역구에서 16대 의원을 지낸 재선 의원으로 1980년대 대학 운동권에서 전설로 통했다. 19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됐고 유신반대 학생연합 시위를 주도해 1980년 ‘서울의 봄’까지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10년간 수배생활, 두 번의 투옥 이후 호주로 강제 출국돼 10년간 정치적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