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은 우리 사회 표절 문제가 심각하며, 표절에 대한 사회 인식도 안일하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표절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지나쳤다"는 교수도 있었으며, "표절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양심 고백도 나왔다. "능력만 있으면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대학 강단에 서려면 석·박사 학위는 있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대 교수의 94%는 표절이 드러난 저명인사들의 학위를 즉각 박탈할 것을 요구했다.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학계에 있다고 해서 엄격하고 과중한 책임을 지고, 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표절 시비를 비켜 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교수는 "표절은 점잖은 수준이며 더 질 나쁜 대리 출석이나 논문 대리 작성이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동운 기자

사회 지도층의 표절에 대해선 더욱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응답자의 60%는 표절이 드러난 지도층 인사는 학위 박탈은 물론이고 직(職)을 박탈해야 한다고 답했다. 잘못을 시인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교수는 20%에 그쳤다. 한 교수는 "사회 지도층 인사인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 업무가 바쁜 사람들이 휴직도 하지 않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라고 했다.

교수들이 본 한국 사회의 표절 경각심은 상당히 낮았다. 일반 대중의 73%가 낮은 수준의 경각심을, 학계의 77%가 보통 이하의 경각심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성취하면 된다는, 정당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사회적 통념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인문 계통의 K 교수는 "네이버나 인터넷 자료를 보면 거의 모든 자료가 복제의 복제, 표절이다. 학자나 학위자가 아닌 온 사회가 표절자"라고 통탄했다.

표절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유명 교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이공 계열 출신 교수는 "1년에 20편 이상 논문을 쓰는 교수들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논문 하나 쓸 것을 2~3개로 불리는 표절 기술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한 논문을 기고해 출간되기 전에 비슷한 논문을 다른 곳에 기고함으로써 이중 게재 노출을 피하는 교묘한 수법을 쓴다"면서 "한국인의 이런 지능적 표절 행위는 이미 외국 학자들 사이에 잘 알려졌지만, 우리만 덮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심 고백도 있었다. 인문 계열의 한 교수는 "논문 심사에서 표절을 여러 번 적발했지만, 해당 지도교수가 학생을 감싸거나 다른 심사위원들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그냥 경고하고 넘어가자고 했다"면서 "문제 제기를 한 본인만 머쓱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논문 표절 문화를 뿌리 뽑는 대책으론 절반 이상인 52%가 '강경책'을 선택했다. '표절 교육 강화'(33%)와 같은 예방책도 중요하지만, 징계에 대한 구체적 법·제도 확립(32%)이나 적발 시 학계 추방(20%) 등 강경책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교육으로 표절을 예방하는 경우도 40%가 "적어도 초등학교부터는 연구 윤리 교육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수들의 28%는 표절 기준이 해석에 따라 달라져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고 했다. 또 아예 교육부 등 교육기관의 표절 기준을 모른다는 응답자도 23%였다. 또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다고 대답한 교수는 34%에 불과했고, 50%는 "박사 졸업은 해야 강단에 설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학사 학위만으로 강단에 설 수 있다고 답한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도교수 역시 책임져야 한다는 대답이 67%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