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요즘 인터넷에서 "여자랑 대화하는 방법"이라는 동영상이 인기다. 유명 (여성) 강사의 익살스러운 강연 내용상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목적으로 소통하며, 남자는 정보 전달 위주로 소통하는 반면, 여자는 서로 공감하는 그 자체가 소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일까? 되도록 많은 구성원의 힘을 합쳐야 인간보다 더 크고 힘이 센 동물을 사냥할 수 있기에, 소통의 중요성은 직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인류는 어떻게 소통이란 원시시대의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 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일까?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확장된 표현형(Extended Phenotype)'이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언어와 소통의 목적은 정보 전달을 통한 통제라고 주장한다. 유전자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 그 자체가 유전자를 위한 통제의 발달이라 할 수 있겠다. 생존과 복제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유전자는 세포, 세포들 사이의 덩어리, 그리고 수많은 세포 간의 집합인 몸을 만들었다는 게 도킨스 이론의 핵심이다. 세포라는 보호막을 통해 유전자는 안전하게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고 몸을 통해 환경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몸으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진화적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언어와 소통 능력이라는 것이다. 몸으론 바로 옆에 있는 몇 명까지만 통제할 수 있지만, 언어를 잘 사용하면 히틀러같이 수백만 명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언어는 몸의 확장이며, 인류는 확장된 표현형을 통해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숭이들의 이 잡기와 커피숍의 친구들 간 수다.

그런데 정말 모든 언어와 소통이 표현을 위한 도구일 뿐일까?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언어와 소통의 기원을 사회 구성원 간의 공감이라고 가설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불필요할 정도로 긴 시간을 날마다 서로 이 잡기에 활용한다. 더 이상 잡을 이가 없어도 이 잡기는 대부분 계속된다. 서로 이를 잡아주는 놀이를 통해 공감하고 협력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단이 점점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 이 잡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뿐더러 동시에 두 마리 이상과 교류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그러면 직접 손으로 이를 잡기보다는 소리를 쓰면 어떨까? 소리를 잘 조절해 언어를 구현할 수 있다면 동시에 많은 멤버와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 우리는 오늘 대부분 이메일, 페이스북, 카톡 같은 온라인 도구들을 통해 소통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친구들이 누른 'Like' 버튼을 학수고대하는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Like'라는 신세대 이 잡기 놀이를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