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퍼트 라인을 잘못 읽었어요. 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그런 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김인경(25)은 2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은 베아트리스 레카리(26·스페인)에게 져 준우승에 머문 뒤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김인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한 타를 줄여 9언더파 279타로 레카리와 동타를 기록해 연장 승부를 벌였다.

이날 경기는 두 가지 징크스를 날려보낼 좋은 기회였다. 작년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에서 30㎝짜리 퍼팅을 놓쳐 연장전으로 밀려나 결국 유선영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김인경은 짧은 퍼팅에 부담을 느꼈다. LPGA 투어에서 3승을 기록 중인 김인경은 이 대회에 앞서 세 차례 연장에서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아픈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멘털 스포츠인 골프, 그중에서도 '마음의 게임'이라고까지 불리는 퍼팅에서 김인경은 좀처럼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녀가 퍼터를 들고 홀을 바라보는 표정은 나머지 다른 샷을 할 때와 전혀 달랐다.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지나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인경은 16번홀(파4·280야드)에서 드라이버샷으로 '원온'에 성공하고도 2m 이글 퍼트를 놓쳤고, 17번홀(파5)에서도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18번홀(파4)에서도 1.5m 파 퍼트를 놓쳤다. 이 세 차례의 짧은 퍼트 중 하나만 성공했어도 연장 승부는 필요 없었다.

김인경이 25일 LPGA 투어 KIA클래식 연장 승부에서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작년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에서 30cm짜리 퍼팅을 놓쳐 역전패를 당한 뒤로 김인경은 퍼팅에서 좀처럼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행운의 여신은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던 레카리에게 미소를 보냈다. 첫 번째 연장 대결에서 나란히 보기를 기록한 뒤 18번홀(파4·382야드)에서 이어진 두 번째 연장 대결에서 김인경의 8m 버디 퍼트는 살짝 홀을 빗나갔다. 하지만 레카리가 홀에서 6m 떨어진 프린지 옆 러프에서 퍼터로 굴린 공은 그대로 홀로 빨려들며 승부가 끝났다.

김인경은 연장을 벌인 2007년 웨그먼스 LPGA 대회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2010년 코닝 클래식에서 최나연에게,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유선영에게 무릎을 꿇었다.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자신의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상금 전액 22만달러를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기부 천사' 김인경이 연장 부담을 떨쳐낼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