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기자] 야구에 있는 여러 가지 속설 가운데 '우산효과'라는 것이 있다.

우산효과는 강타자가 타선에 버티고 있으면 그 앞뒤 선수들이 좋은 효과를 본다는 의미다. 한 명의 타자가 자신의 앞뒤 선수까지 끌어 올려주니 '우산'이라고 할 만하다. 예를 들어 4번에 강타자가 버티고 있으면 투수는 3번과 가급적이면 승부를 보려고 하고, 5번을 상대할 때는 힘이 빠진 채 상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산효과를 놓고 세이버메트리션(야구통계학자)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거가 약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을 쓴 J. C. 브래드버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기타석의 강타자가 타석의 타자에게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 투수도 전력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 수 있다. 통계적으로 봐도 그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롯데는 2012년 이대호라는 걸출한 4번 타자를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2011년 팀 홈런 111개였던 롯데는 지난해 팀 홈런이 73개로 줄었다. 득점은 713점에서 509점으로, 팀 타율 역시 2할8푼8리에서 2할6푼3리로 내려갔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롯데는 이대호의 우산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던 셈이다. 물론 공격력은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대호의 우산효과만으로 공격력 약화를 설명할 수 없지만 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수치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리그 내에서 롯데 공격의 위상도 내려갔다. 2년 연속 팀 홈런-득점-타율에서 1위를 고수했던 롯데는 작년 팀 홈런 4위, 팀 득점 공동 7위, 팀 타율 2위로 하락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어떻게 느낄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우산효과를 인정한다. 손아섭은 이대호 바로 앞인 3번 타순에서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거듭났다. 그는 "이대호 선배가 4번에 있기 때문에 (그 앞에 주자를 쌓지 않기 위해) 투수들이 나를 상대할 때 유인구보다 정면승부를 걸어왔다. 덕분에 타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인정한다.

인정은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이대호 우산효과'라는 말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롯데 한 선수는 "누구 한 명이 나가면 그 선수가 했던 만큼만 공격력이 약해진다. 우리 팀에 누구 한 명이 있어서 나머지 선수들도 잘하고, 또 한 명이 없어서 야구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불편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명의 의견이 아니라 선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그랬다.

이대호만큼 큰 우산은 아니지만,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홍성흔과 김주찬이라는 우산 두 개를 더 잃었다. 김시진 감독은 "새로운 선수가 기회를 얻고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롯데의 빈타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일 현재 롯데의 시범경기 타격성적은 타율 2할1푼8리로 최하위, 경기당 득점 역시 1.67점으로 꼴찌다. 이번 주부터 총력전을 선언한 롯데지만 19일 사직 LG전에서 여전히 빈타에 시달리며 0-2로 졌다. 김 감독은 "중요한 것은 투타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한다"고 타자들에게 다시 한 번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지만 현재까지 롯데는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김주찬과 홍성흔이 빠진 것 이상으로 득점력이 약화됐다. 이대로 시즌에 들어가면 작년에 이어 우산효과의 실증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는 "지금은 타격 사이클이 마침 최저로 내려갔을 때"라고 선수들을 격려한다. 시즌 개막인 30일에 맞춰 타자들의 사이클이 올라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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