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식당 내부

“먹자골목(food stall)에서 탄생해 싸구려로 폄하될 수 있던 음식 스타일을 젊은 층이 특히 좋아하는 트렌드로 변모시켰다. 눈으로 보고 맛으로 먹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니 인기를 끌지 않을 수 없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 영국 런던에서 식당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김동현(41)씨에 대해 이같이 주목했다. 김씨는 현재 테이크아웃 초밥 전문점 ‘와사비(Wasabi)’와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 ‘김치(Kimchee)’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9년 400만원을 들고 영국 땅으로 건너가 2003년 런던에 ‘와사비’라는 식당을 연 그는 런던에 초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현재 35개 체인점에 12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오는 6월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매장을 열 계획이고 파리와 두바이 등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와사비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1년엔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인 ‘김치’를 런던 시내 중심가인 홀본에 열었다. 김치의 경우 하루 800명 이상의 고객이 찾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올리고 있다. 김씨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15년까지 와사비 매장을 50개로, 김치 매장을 15개로 늘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4000원~5000원 정도의 예산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면서 연간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FT가 주목한 건 그의 영업 방식이다. 상식을 깨는 것이다. 지금은 상당수 많은 식당이 차용하고 있지만 ‘초밥을 테이크아웃한다’는 식의 개념은 당시 그가 식당 문을 열었을 2003년도만 해도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때만 해도 초밥이라는 것은 고객의 취향에 상관없이 식당이 미리 마련해 놓은 것만, 즉 ‘주는 대로’ 사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고객들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더니 우리 매장을 찾아오는 것이 마치 생활처럼 돼 버렸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길거리 음식’일지언정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런던의 대표적인 먹자 골목 중 하나로 꼽히는 ‘캠든 마켓’ 지역에 작은 식당을 열었을 때 그는 사람들이 ‘눈으로 먹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아무리 값싼 음식이라도 될 수 있으면 화려하고 생동감 있어 보이고 신선해 보여야 손길이 더 간다는 것이었다. 즉 ‘가격’도 중요했지만 품질과 모양새를 버리면 가격만으론 고객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저렴한 걸 내세우는 테이크아웃 음식점이라도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은 옳았고, ‘와사비’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점 중 하나가 됐다.

와사비가 정착한 뒤 그는 모국(母國)의 음식에 눈을 돌렸다. 와사비의 성공으로 충분한 자금을 모았기 때문에 런던에서도 가장 세련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홀본에 상당한 규모의 한식 퓨전 레스토랑을 연 것이다. 갈비탕, 비빔밥 등이 주요 메뉴로 한식의 DNA는 잊지 않았다. 또 한국의 격자무늬를 응용해 인테리어로 차용하면서도 세련됨과 화려함을 잃지 않았다. FT는 “길거리 음식점을 하면서 배웠던 방식대로 화려한 색감의 그릇 등을 이용해 보는 즐거움도 준다”고 소개했다.

FT는 “김씨의 식당이 런던 트렌드의 중심가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인상을 남기며 즐거운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