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8시. 강원 화천군 화천읍에 사는 강석숭(70) 할아버지는 이날도 2.5t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서 40㎞ 떨어진 춘천에 있는 육림 연탄공장에서 연탄 1200장을 받아 배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연탄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 지 벌써 38년째다.

강 할아버지가 배달하는 곳은 화천군 내. 전체 7355가구 중 700가구가 아직 연탄을 때 난방한다. 김정현 화천중앙교회 목사는 "벽촌은 연탄 팔아봐야 얼마 안 남고 길이 험해 젊은 사람도 배달 안 하려는 곳인데 강 할아버지는 어떤 험한 곳이라도 연탄을 배달해준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에서 강석숭 할아버지와 아내 길음전씨가 배달 할 연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씨는“이 연탄이 장학금이 된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강 할아버지는 연탄 1장당 375원에 공장에서 떼어와 500원에 판다. 주유비·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1장당 100원. 강 할아버지는 매일 버는 돈의 10%를 모아 매년 초 장학금으로 마을 아이들에게 기부한다. 연탄 1장당 10원씩 기부하는 셈이다. 1200장을 배달한 이날 쌓인 장학금은 1만2000원. 3년간 그는 총 796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연탄 79만6000장을 팔아 모은 돈이다.

강 할아버지가 장학금으로 내놓는 것은 어렸을 때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던 아픔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8남2녀의 둘째로 태어난 그는 17세 때부터 돈을 벌었다. 남의 집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간장 공장 근무, 찐빵 장사 등을 하다가 연탄 장사를 시작했다. 큰돈을 만지진 못했지만, 결혼도 하고 자녀 2명을 낳아 가정도 꾸렸다. 그러던 2010년 3월 어느 날, 강 할아버지는 갑자기 기부를 결심했다. 배달일을 하던 중 지나가던 학생들을 보고 갑자기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전날 뉴스에서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둔다'는 기사를 본 생각이 났다. 강씨는 "연탄 배달을 하다 보면 돈이 없어 굶거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나처럼 돈 때문에 학교를 못 가 평생의 한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우리 형편에 남을 어떻게 돕느냐"고 반대했다. 90세인 노모를 모시고 세 식구가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하지만 강 할아버지는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도 배우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나 같은 사람은 더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강 할아버지는 "요즘 사람들이 10원짜리를 우습게 아는데 10원도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는 큰돈"이라며 "내 땀 흘려 버는 돈으로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는다는 생각만 하면 매일 아침 눈이 절로 떠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