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47명이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현정 전 아나운서와 탤런트 박상아 역시 같은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두 사람의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며,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전망이다.
지난 2월 19일, 20일 인천지방법원 형사9단독 서창석 판사는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47명에게 각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추가했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가짜 외국 국적을 받아 이 같은 부정을 저질렀다. 기소된 이들은 재벌가, 중견기업 사장, 의사 등 대부분이 부유층이었다.
서 판사는 “일부 부유층의 범행으로 동등한 교육기회를 얻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했다”며 “사회에 미친 해악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노현정 · 박상아 사법처리 받을까?
현대 비에스앤시 대표 정대선과 결혼한 노현정 전 아나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과 결혼한 연기자 박상아 역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켰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 2월 19일 "노현정와 박상아의 자녀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달 중에 노현정과 박상아를 소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 국적이거나 자녀가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서 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부부가 모두 한국 국적인데다, 아이들 역시 외국에 3년 이상 머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는 원정출산으로 자녀가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외국인학교 입학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노현정과 박상아의 자녀는 외국 체류기간이 3년을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검찰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과 관련한 수사를 시작하자 자녀를 자퇴시켜 다른 학교로 전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검찰의 수사 초기부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다른 학부모처럼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입학 서류를 위조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돼 1차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입학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사실이 입증되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비롯 부유층 학부모 10여 명을 소환해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인천지검은 학교 입학서류를 통해 두 사람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며,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외국인학교, 국내에서 유학 효과 낼 수 있어 인기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외국인학교는 말 그대로 외국인을 위한 학교지만, 내국인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게다가 그 기준도 상당히 낮아졌다. 2009년 1월 정부는 해외투자 촉진 등을 이유로 외국인학교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기준은 '외국 거주기간 5년 이상인 자'에서 '3년 이상인 자'로 완화됐다. 내국인 입학비율도 30%에서 최대 50%까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외국인학교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유학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유학으로 인해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되면서 생기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 등의 문제도 없다.
대다수의 외국인학교는 수업 전체를 영어로 진행하며, 그중 일부는 미국 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다양한 과외활동을 함께 진행하면서 외국 명문학교 못지않은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좋은 학교는 아니다.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경우,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만회하려면 오히려 사교육비가 훨씬 더 많이 들게 된다. 게다가 언어문제로 뒤떨어지는 학생들 중 일부는 적응장애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부모 사이에서 외국인학교의 인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재벌가, 유명인 등 대부분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다 보니, 학습 효과 이외에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외국인학교는 영어권 국제학교 23개교를 포함해 화교학교 14개교, 기타 언어권 6개교 등 총 43개교다. 앞으로 포항외국인학교가 2014년 개교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서울 강남구에 설립준비 중인 개포외국인학교는 유치가 중단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인의 투자열기가 식은데다 외국인 학생 수도 줄어 학교를 열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