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친구들과 벤처기업을 창업한 김태훈(28)씨는 자신의 행복 점수를 100점 만점에 99점이라고 했다. 그는 "학창 시절 게임 대신 친구들과 축구·농구·스쿼시·복싱 등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며 "사업이 어려워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링 위에서 땀을 흘리며 극복했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1년 전국의 만 22세와 25세 성인 남녀 3683명을 대상으로 행복한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학창 시절 체육 과목을 잘하거나 좋아한 사람이 성인이 됐을 때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개발원은 응답자들이 각각 중3과 고3이던 2004년도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해 학창 시절 어떤 요인이 성인이 된 후 행복도에 주로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냈다. 개발원은 2004년부터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조사해왔다.

◇'행복한 성인' 10명 중 7명 "학창 시절 체육 잘해"

'당신은 얼마나 행복하십니까'란 질문에 대해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3683명 중에서 664명(18%)이었다. 이들 중 학창 시절인 2004년 체육 과목을 잘한다고 답한 비율은 67%였다. 이는 응답자 3683명의 평균(40.8%)보다 26.2%가 높은 것이다. 체육에 흥미가 많다는 응답도 67%로 평균보다 8.6% 높았다. 가정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70.9%로 전체 평균보다 11.8% 높았다.

반면에 영어·수학 등의 학업 성취도가 성인이 됐을 때 행복도에 미친 영향은 적었다.

'행복한 성인' 중 학창 시절 영어나 수학을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학업에 흥미가 많다고 답한 경우도 11.3%로 낮았다. 학교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7.3%였지만 응답자 전체 평균보다 오히려 1.1%가 낮았다.

개발원은 "학창 시절 스포츠를 즐기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보다 성인이 돼서도 행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술·음악보다 체육이 행복 증진 효과 더 높아

과목 중에선 미술·음악 등 예능 과목보다 체육 과목이 성인이 됐을 때 행복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한 성인' 중 예능을 잘한다고 답한 사람은 11.1%로 체육을 잘한다고 답한 사람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송창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체육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해 행복도를 높이는 효과가 예능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며 "체육 과목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국민이 행복해지는 방법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국민이 행복해지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학교에서 스포츠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란 사실이 확인됐다"며 "학교에서 체육 교육을 강화하면 18%에 그친 행복한 성인 남녀 비율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32위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엔 OECD 주요 23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되고 있다.

강 교수는 "실제로 스포츠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학생들이 매사에 더 긍정적이고 역경을 이겨내는 힘도 세다"며 "스포츠를 영어·수학 등 교과목 중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바탕으로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