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 동맹의 신뢰와 강한 연대감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의 부활을 선언했다. 민주당 정부 시절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 미국이 주도해 온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일본 참여 등 현안과 관련 미국과 마찰을 빚은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日, 미국도 아베노믹스 용인 주장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노믹스(아베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노믹스를 용인함에 따라 엔저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지(時事)통신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오바마 2기의 첫 국빈이 된 아베 총리는 일본 민주당집권 시절 소원했던 미·일 관계의 회복을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TPP 참여와 관련된 미·일 공동성명서 발표를 이끌어냈다. TPP 협상과 관련 일본 측이 요구해 온,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모든 관세의 철폐를 사전에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서에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 시절인 2011년 11월 TPP 교섭 참가를 선언했으나, 농업 분야 등의 100% 개방을 우려한 반발로 인해 그동안 추진되지 못했다.

TPP는 11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이지만 미국과 일본이 전체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미·일 FTA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TPP 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日 "센카쿠, 미국에 도움 요청 안해"

아베 총리는 중국과 관련 "일본은 냉정하게 대처하겠다. 대립이 있어도 윈윈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이 협력해서 대응하자"고 답했다. 하지만 일·중 간 영토 분쟁 대상인 센카쿠(尖閣, 댜오위다오) 문제에 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대신 센카쿠 문제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외상과 가진 회담에서 "센카쿠가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범위"라는 기존 의견을 재차 표명하는 데 그쳤다.

아베 총리는 대신 워싱턴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무엇을 해달라고 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아베 총리가 워싱턴에서 냉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국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아베 총리가 공개적인 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지지 표명을 원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 "구체적 내용 없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아베 총리가 TPP 문제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지만 미국 반응은 좀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주요 정책 변화와 관련한 발표도 없었고, 후텐마 기지 이전 속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미셸 오바마는 아예 워싱턴에 있지도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총리의 부인이 미셸 여사와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미셸은 겨울방학을 맞은 두 딸과 스키 휴가를 떠났다"며 "이 때문에 아베 총리 부인의 미국 방문은 무산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