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당위성을 주장하며 미국의 대북 압박을 비난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영상은 북한 당국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 17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겨레의 민심] - 《미국의 덕이다》’라는 제목의 1분33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도입부에는, 영상 제작자로 보이는 ‘재미교포 푸른 누리’라는 이름이 화면 오른쪽 아래에 보인다.

유튜브 아이디가 ‘uriminzokkiri(우리민족끼리)’로 돼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영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 ‘[겨레의 민심] - 《미국의 덕이다》’.

영상은 “상대에 대한 존중도 없고 평등도 없는 미국의 북에 대한 불공정한 깡패행위가 도수를 넘는 속에서 북은 이번 핵실험을 진행하였다”는 문구가 나오며 시작된다. 문구와 함께 한국 언론의 3차 핵실험 보도 화면들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은 “약육강식을 생존법칙으로 삼는 미국과는 입으로 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제침략자들을 향해 진행한 북의 높은 수준의 핵시험은 자주권수호의 핵 억제력으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구와 함께 미군이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영상은 또 “미국의 근 70년에 걸친 포악무도한 대북 적대시 정책이 북을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강국으로 되게 하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어 “그러니 미국은 북을 핵시험에로 이끈 실질적인 안내자이며 따라서 이것은 미국의 ‘덕’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영상을 통해 핵실험 책임을 시종일관 미국의 위협 탓으로 돌리고 미국을 향한 호전성을 드러낸 것은 북한 핵무장에 따른 한국의 북핵 위협 여론을 무마시키고, 북핵을 둘러싼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국내 세력 간 갈등을 부추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한이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 ‘[겨레의 민심] - 《미국의 덕이다》’.

50초쯤에는 걸어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은 “다시 부언하건대 북의 제3차 지하핵시험! 이것은 철두철미 북의 안전과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적대세력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조치이며 이제 시간은 더는 미국의 편이 아니라는 엄숙한 경고”라고 거듭 강조했다.

동영상은 “세인(世人)이 지켜본다. 미국은 대답해야 한다”라는 말로 끝난다.

한편 북한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한국을 "최종 파괴(final destruction)하겠다"고 말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외교관 전용룡은 이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최종 파괴를 예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최근 자위를 위한 결연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는 외국의 침략자에 대해 강한 대응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해 끝까지 적대적인 접근을 하면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면 북한으로서는 계속해서 제2, 제3의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